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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꽃남 속에 <들장미소녀 캔디> 있다? (7)

보면 볼 수록, F4와 금잔디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알고 있던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금잔디는 그럴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니까.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는 신데렐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유의 씩씩한 성품과 독립(지향)적인 사고 방식 덕분에 탄생 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현재 진화형’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게 바로 그녀, 캔디다.

한국 드라마 속 캔디는 잘 나가는 영화배우와 계약결혼을 하거나(풀 하우스), 황태자 비로 간택돼 <궁>에서 살기도 했고, 나이가 든 뒤엔 첫 결혼의 실패를 딛고 진짜 왕자님을 만나는(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 전방위로 활약했다. 커피 전문점 사장님을 사랑한 캔디(커피 프린스 1호점)도 있었는데, 주근깨를 지우고 짧은 커트 머리와 헐렁한 후드티로 변장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다.

드라마 속 캔디들은 (만화 속 캔디가 그랬듯) 신데렐라처럼 착한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를 사랑한 나쁜 남자(테리우스)들의 협조에 힘입어 유학을 떠나는 등 자기계발에 힘쓴다. 현대 여성의 로망을 적극 반영한, 한국적 트랜드 되겠다.

그러고 보니 구준표, 테리우스와 어딘지 닮았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덕분에 차갑고 냉소적이며 반항적인 태도로 자신의 상처입은 영혼을 감췄던 테리우스. 그렇다면 윤지후는 안소니일까?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그는 달콤한 미소로 온 세상 소녀떼들의 심장을 녹이는 동화 속 왕자님이다. 금잔디에게 윤지후가 그렇듯, 안소니는 캔디의 첫 사랑이었지만 운명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안소니에게는 형제가 두 명 있었는데, 아치와 스테아다. 두 사람은 캔디가 어려움에 빠지거나 용기를 잃었을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였는데, 각자 연인이 있었지만 내심 캔디를 좋아했다. (당시 흔치 않았던) 단발머리에 장미 키우는 걸 즐겼던 아치는 쿨한 바람둥이 같은 느낌을 줬고 스테아는 그야말로 안경잡이 모범생이었다.

소이정과 송우빈이 아치와 스테아라고 우기는 건 비약일지 모르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그 두 사람이 금잔디의 응원군으로 거듭나는 모습에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만화 <캔디, 캔디>를 보며 캔디가 가장 부러웠던 건 왕자님(안소니)과 반항아(테리우스)의 사랑을 두루 받으면서 아치와 스테아처럼 (정신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멋지고 든든한 친구를 가졌다는 점이었으니까. 이쯤되면 음모를 꾸며 캔디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라이자와 닐이 누군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25년쯤 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처음 본 만화책 <캔디, 캔디>와 TV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는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연애 판타지’의 원형이었던가 보다. 혹 지금 방송 중인 <꽃보다 남자>가 10대부터 40대까지 ‘언니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거기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네 ‘정서 유전자’에 깊숙이 각인돼 있는 <캔디 캔디>, 오랜 세월 다양하게 변주되고 진화하면서 늘 곁을 맴돌았던 그 불멸의 텍스트가, <꽃보다 남자>로 온전히 되살아나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거라고.

남자들은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론에선 “뇌를 비우고 눈으로만 즐기는 드라마”라며 여자들이 ‘F4’의 미모에 정신을 못차린다고 떠뜬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그들은 모른다. 우리가 F4를 이미 오래 전에 만나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들과 일찌감치 사랑에 빠져버린, 영원한 소녀들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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