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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8 미드로 떼돈 버는 제리 브룩하이머, 누구?

잘 나가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한국에서도 몹시 ‘흔한’ 이름이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이름이 튀어 나온다.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이 현재 제작 중인 TV 프로그램은 모두 8개. 드라마 <CIS>와 그 스핀오프 시리즈 두 개(<CIS:마이애미>, <CSI:뉴욕>)를 비롯해, <콜드 케이스>, <클로즈 투 홈>(나는 여검사다), <위드 아웃 어 트레이스>(FBI 실종 수사대), <11th hour>(11번째 시간 혹은 최후의 순간), 리얼리티쇼 <어메이징 레이스>다. 이 중에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11th hour>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프로그램이 한국 케이블 채널을 통해 (경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채널별로 방영 중인 시즌도 제각각이고 방송 시간도 저마다 달라서, 시청자들은 제리 브룩하이머표 미드의 어제와 오늘을 한 눈에, 별 수고로움 없이 구경할 수 있다.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한국 시장에 알뜰히, 심지어 여러 번 팔아먹는 이 분, 제리 브룩하이머는 대체 뉘신지? 영화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나도, 그가 <진주만>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이름난 제작자라는 건 안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는 상업 광고로 출발해 1972년부터 할리우드에서 활동했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플래시 댄스>(1983년)부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쇼퍼홀릭>까지 3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린 마이더스의 손이시다. 그 긴 세월에 슬럼프 한 번 안 겪은 독한 분이란다.

슬럼프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인생 최대의 고비에 오히려 홈런을 날렸는데, 17년 동안 환상의 짝꿍이었던 동료 제작자 돈 심슨이 1996년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뒤 본격적으로 TV에 진출해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돈 심슨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7년 <솔저 오브 포춘>이라는 TV 드라마를 처음 선보였고, 2000년 그의 두 번째 TV 드라마인  <CSI>로 대박을 터뜨렸다.

수사물은 미국에서 흔한 장르지만, <CSI>는 형사의 경험과 직관에 무게를 둔 기존 수사물과 달리,  ‘증거’와 ‘과학’을 앞세우는 새로운 시도로 방영 첫 주부터 시즌 9이 방송중인 지금까지 미국 TV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02년 (남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음이 분명한) 스핀오프 시리즈 <CSI:마이애미>로 전세계 4천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한 그는, 2004년 <CSI:NY>로 수사물의 고향인 뉴욕(미드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대사가 NY PD, Freeze! 아니던가)에 마침내 입성했다.

2006년 <포브스>지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2005년~2006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100명 중 10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면서, 그가 이 기간 동안 벌어들인 8천4백만 달러(한국돈 9백억쯤 되나?)가 대부분 3개의 CSI쇼(라스베거스, 마이애미, 뉴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간에는 눈에 띄는 블록버스터가 없었기 때문에 이 수익이 대부분 드라마 덕분인 건 맞는 것 같다. 이듬해 포브스는 그가 2006~2007년 1억2천만달러를 벌었다고 발표했는데, 드라마 외에 <캐리비언의 해적 1> 개봉에 힘입은 것으로 추측된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CSI>에 이어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FBI들의 활약을 다룬 <위드 아웃 어 트레이스>(2002년), 미해결 사건 전담반 이야기인 <콜드케이스>(2003년), 형사 사건을 다루는 여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클로즈 투 홈>(2005년)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수사물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드라마 외에 2001년 첫 선을 보인 리얼리티쇼 <어메이징 레이스>가 해마다 에미상 리얼리티쇼 부문에 후보에 오르는 등 지난 10년 동안 에미상 노미네이트만 30여회, 받은 트로피만 6개다. 영화를 더 오래 만들었는데 오스카 트로피보다 에미상 트로피가 더 많다.^^

<CSI>의 전세계적인 성공은 제리 브룩하이머 개인의 부와 명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TV 시청자수가 줄어들면서 '만들수록 적자'라고 푸념하던 미국 TV 시리즈 제작자들은 '해외 시장'이야말로 자신들이 개척해야 할 신천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획 단계부터 아시아, 남미 등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방도를 궁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막대한 물량을 쏟아붓고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고 스타를 섭외했다. 2000년대 미국 TV 드라마 제작의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CSI>고, 그 일을 해 낸 이가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다.

이토록 눈부신 성공과 영화·드라마계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예술가’ 혹은 ‘작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그 자신 때문이다. “내가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나는 아마 작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밀집한) 아파트에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갈파하는 자신의 재능을 오로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결코 비난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그가 이렇게 번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유감스럽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부시 정권이 주창한 '테러와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할리우드에서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고, 지난 미국 대선에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게 자신의 막대한 정치 헌금 총액 중 29%를 몰아줬다.

<CSI> 9번째 시즌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방송되고 있다. 이 시즌을 끝으로 <CSI>를 이끌었던 길 그리섬 반장이 연구실을 떠난다. <CSI>를 기획·제작한 이는  제리 브룩하이머지만, 범인 추격씬보다 DNA 분석씬이 더 많은 이 생경한 수사물에 독특한 아우라를 불어넣은 것은 길 그리섬 역을 맡은 윌리엄 피터슨이었다. 그가 떠난 뒤에도  <CSI>가 여전히 시청률 1위를 고수할 지 궁금해진다. 참, 그리섬 반장이 떠나면 캐서린이 승진할 줄 알았는데 새 반장님이 오신단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 역을 맡았던 로렌스 피시번(위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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