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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8 굿바이 조인성, 기다릴게요 (1)

굿바이 조인성, 기다릴게요

Posted 2009/04/08 13:40

우리 인성이가 군대 갔다. 맞다. ‘우리’ 인성이다. 난 조인성 팬이다. 내 열쇠고리에 달려있는 인성이는 항상 날 보고 웃어준다.

군대 가기 전에 <무릎팍도사>에라도 한번 나와줄 줄 알았다. 앞으로 2년동안 못 볼텐데, 군대 간다고 인사도 하고 배우 인생 전반부를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본 것처럼 소박하고, 순박하고, 숫기 없는 우리 인성이는 그렇게 조용히 훌쩍 가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내 맘대로 ‘조인성, 그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봤다.
2년 뒤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줘~~~.


데뷔, 아직은 부족한 배우

<학교 3> KBS 드라마, 2000년

<학교> 시리즈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는데, <학교3>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가 바로 조인성이다. 이때부터 ‘간지’는 제대루여서, 큰 키와 뛰어난 미모는 눈에 띄었으나 연기는 사실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학교3> 찍으면서 연기 못한다고 무지하게 혼났다고 한다. 하지만 ‘바른 청년’ 석주 역으로는 참 잘 어울렸다.





<뉴논스톱> MBC 시트콤, 2001년

<뉴논스톱> 방영 당시 여의도 MBC에 갈 일이 있었는데, 복도에서 헌칠한 두 청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심하게 야단 맞는 모습을 봤다.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조인성과 ‘타조알’ 김영준이었다. 그래, 조인성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는 얼마나 속상했을꼬. <뉴논>으로 드디어 ‘스타’로 떠올랐지만 잘 웃는 어여쁜 청년이었을 뿐 연기는 쫌 그랬으니까. 조인성-박경림 커플 팬픽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밤을 꼴딱 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피아노> SBS 수목드라마, 2001년

주인공 아니었다. 조재현, 김하늘, 고수에 이은 주조연급이었다. 잔뜩 힘주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뉴논스톱>의 영향이 워낙 강해서 인지 몰입이 잘 안 되었지. 그래도 워낙 성실한 조인성이니까, 좋은 드라마에서 좋은 선배들과 호흡하며 연기 공부 많이 했을 거다.





물오른 연기로 대표작을 만들다


<별을 쏘다> SBS 수목드라마, 2002년

<피아노> 방영 뒤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하게 어찌나 연기를 잘 하던지.
전도연 성대모사 단골 메뉴 “성태야~~”를 낳은 이 드라마에서, 난독증이 있어 대본을 못 읽지만 배우로선 천재적 재능이 있는 성태 역을 맡은 조인성은 비로소 극중 인물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키스신 잘 하는 배우’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 방에서 전도연과 나란히 앉아있다 기습키스를 날리는 장면은 절로 ‘꺅’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 SBS 드라마, 2004년

조인성의 필모에서 내가 젤루 좋아하는 작품. 보고 또 봐도 명작이다. 조인성이 연기한 재민은 사랑하는 여자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0%인, 국내 드라마에서 전무후무한 재벌 2세다. 스타일만 멋지면 뭐하나. 부모에게 꼼짝 못 하지, 책임도 못 지면서 여자한테 징징대지, 아주 이런 찌질이가 없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할 수 없다고 버럭거리기는 커녕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엉엉 우는 이 남자, 너무 사랑스럽다. 조인성 말고 누가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발리에서 생긴 일> 방영 때 일산 SBS에 갔다가 조인성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엔 눈까지 딱 마주쳤는데, 왜 그 자리에서 얼어붙느냔 말이닷! 와락 달려가서 팬이라고, 드라마 참 잘 보고 있다고, 그 흔한 인사라도 건넬 용기가 왜 없었던 걸까, 흑.


<봄날> SBS 주말드라마, 2005년

고현정은 조인성과 연기하기 위해 <봄날>에 출연한 게 분명하다. 푸하하. 고현정의 복귀작이라고 떠들썩했고, 열렬히 시청했지만 다른 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조인성-고현정의 오밤중 골목 갑작키스신만 기억날 뿐.






근데
이 영화엔 당최 왜 출연한거야?

<마들렌> 2003년
<클래식> 2003년
<남남북녀> 2003년

그닥 할 말이 없다. 뭐 이 영화들도 나름 조인성에게 자양분이 되었겠으나 팬심으로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화다. 배우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용납할 수 없는 영화도 있는 법이다.




유하 감독과 함께 한 영화



<비열한 거리> 2006년

드디어 조인성이 영화배우로도 우뚝 서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시사회에 달려갔다. 나쁘지 않았다. 형님을 꿈꾸는 조폭 소년의 성장담. 그리고 미처 피지도 못한 나이에 맞이한 비참한 최후. 이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까지 안았으니 3류 조폭 병두를 만나게 해 준 유하 감독에게 어찌 고맙지 않았을까.


<쌍화점> 2008년

<쌍화점>을 보고 나서며 내가 던진 첫 마디는 이거였다. “군대 가서 다행이다.” 군대 가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쌍화점>의 여파는 조인성에게 더 크게 미쳤을지도 모르니까. 조인성은 유하 감독에게 보은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고, 유하 감독은 영리하게도 이 마음을 너무나 제대로 이용해 먹었다고, 조인성의 극성팬인 나는 외친다. 파격적인 노출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도, 조인성도 실망이었다. 졸작을 만들지 않았던 유하 감독의 연출 내공과, 그동안 성실히 쌓아온 조인성의 연기 내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조인성의 엉덩이를 원하지 않는다. 제대로 연기하는 ‘배우’ 조인성을 원한다. 그런 조인성,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