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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Results for '드라마 재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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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7 다시보기 회당 500원, 누구 좋으라고? (2)


내가 아는 50대 강 아무개 여사는, 요즘 지상파에서 방송하는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한다. 방송 다음날 바로 업데이트 되는 IPTV의 VOD 서비스 덕분이다. 예전에는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드라마 중 입맛에 맞는 하나를 골라 봐야 했지만, IPTV를 설치한 뒤에는 방송 3사 일일 드라마는 물론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를 줄줄 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돈이 많이 든다. 본방송 뒤 일주일 동안은 드라마 한 회당 500원의 요금을 내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공짜로 볼 수 있지만, 다음 회가 궁금한 강 여사로서는 일주일이 한 달만큼 길게 느껴진다. 기본요금 외에 한 달에 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추가로 내면서도 “보고 싶은 드라마 보는 데 그 정도는 아깝지 않다”는 위풍당당 강 여사다.

한 IPTV 업체의 최근 유료 콘텐츠 이용건수 순위를 보면, 상위 20위 안에 무려 12개가 지상파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는 물론, 시청률에서 별 재미를 못 보는 <카인과 아벨> <돌아온 일지매>도 순위에 들어 있다. 여기에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6개고, 영화는 고작 2개다. ‘IPTV의 유료 콘텐츠’하면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드라마와 쇼․오락 프로그램이 ‘효자 콘텐츠’인 것이다. IPTV 업체의 한 관계자는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드라마가 기대 이상의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인기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는 “요즘 누가 방송을 TV로 보냐?”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보다 드라마 재판매로 얻는 수익에 더 비중을 둔다.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우리 또한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 IPTV, 웹하드 다운로드, DMB 등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무수히 많아졌다.

이런 드라마 소비 방식은 모두 ‘비용 지불’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강 여사처럼 세대를 불문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이처럼 드라마 재판매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 수익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시보기 서비스 매출은 방송 3사의 기밀사항이고, IPTV와 웹하드 다운로드 서비스 업체도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꽃보다 남자>의 웹하드 다운로드 매출이 수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와도 제작사는 적자에 허덕인다는데, 이제 이 새로운 수익 모델의 달콤한 열매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나눌 것인지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또 궁금한 건, 강 여사의 생활비 지출 내역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료 콘텐츠 이용료,'회당 500원'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책정된 것일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회당 70분짜리 미니시리즈도 한 회에 500원, 회당 30분짜리 일일드라마도 500원이라니, 이미 방송된 드라마 다시 팔면서 근거 없이 너무 많이들 받으시는 거 아닌가?

*이 글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755호)에 '매포'(mad4tv.com) 필진들이 기고하는 칼럼, '오프 더 레코드'에 실린 글입니다.


글 앞부분에 등장하는 강 아무개 여사는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입니다. 제가 IPTV를 설치할 때만 해도 시큰둥하던 엄마가 (그때는 지상파 드라마 VOD 서비스는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 때죠) 그걸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는 아주 푹 빠져 있습니다. 무료 서비스에서 500원씩 받는 유료 서비스로 바뀌자, 처음엔 '아유, 이젠 맘대로 못보겠네' 하며 좀 주춤하더니 요즘엔 한 달에 몇 만원이 들어도 보고 싶은 드라마는 다 보겠노라 아주 당당하십니다.

IPTV 업체들이 애초에는 케이블 업계의 견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상파 방송 VOD 서비스에 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야 돈을 받으면 이용자수가 확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겠으나,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적응 빠르죠, 지금은 돈을 엄청 벌어들이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 500원 정도면 별 저항없이 낼 수 있는 돈이잖아요. 저도 못 본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무료가 되기까지 일주일을 기다리느니 그냥 500원 내고 보니까요.

글에서 언급한대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기존 방식의 시청률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닥본사'에도 물론 노력이 필요하지만 돈을 내면서까지 보는 사람들이 진정 적극적인 시청자잖아요. 이런 수치까지 합산되어야 정말 그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모두 '돈'과 연관되어 있어 밝히기가 쉽지 않죠.

다음으로 든 생각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제작사들에게 드라마 재판매가 꽤 괜찮은 수익 모델로 기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방송사의 지원과 PPL 외에 제작사에서 가지는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제작비 보존 정도의 차원이죠)은 해외 판매 정도가 전부인 것 같은데(물론 대박난 드라마들은 여러 부가 판권 사업도 있지만요) 재판매 시장이 이만큼 커졌다면 이쪽으로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돈을 벌어야죠. 요즘처럼 '드라마 제작사는 돈 못 본다'는 명제가 진리처럼 여겨진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드라마 재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이 제작사보다는 해당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꽃보다 남자>의 웹하드 다운로드 매출은 수 억원 정도가 아니라 15억원에 육박한다는데 제작사에 돌아간 몫은 얼마 안 된다고 하고, 이 정도로 대박난 드라마가 글쎄 제작사로서는 적자라잖아요. 이거이거 너무 희망없는 상황 아닙니까. 드라마 광팬인 저로서는 제발 좀 드라마 업계가 정상적으로, 안정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글 말미에 '500원'에 딴지를 건 이유는 이게 정말 정당한 금액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쉽게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긴 하지만 이게 또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잖아요.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의 금액이 같을 뿐 아니라 <해피선데이> <일요일이 좋다> <일밤> 등은 1, 2부를 쪼개서 각각 500원을 받으니 문득 정말 이 정도 내고 봐야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 재판매에 관해 시장이 정리되면 금액 책정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