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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20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대작 드라마 <아이리스>에게 시청률로는 밀리지만 <미남이시네요>는 올해 드라마 중 가장 뽀송뽀송하고 유쾌한 드라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내조의 여왕> 정도가 완성도 높고 유쾌하고 빵빵 터지는 드라마였지만, 일단 배경이 힘겨운 노동과 자리 싸움의 현장인 회사였고 주인공들도 삼십대였지요. 그런데 <미남이시네요>는 아이돌 밴드가 등장하는 만큼 배경과 주인공 나이대가 달라서 상큼상큼상큼합니다(어쨌든 저도 <내조의 여왕> 왕 팬입니다!).  

드라마 시작 전엔 아이돌 밴드에 남장여자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라기에 '빤하구먼~! 쯧쯧' 하고 생각했습니다. 강마에가 오케스트라 단원을 '똥 덩 어 리'라 부를 때의 표정으로 방송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드라마가 얼마나 재미있겠어. 아이돌 가수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먹히겠네.' 하고요. 그런데 <아이리스>보다 한 주 먼저 시작했기에 일단 한번 볼까 하는 심정으로 첫 방송을 보자마자 바로 '낚였'습니다. 아니 뭐 이런 신선하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다 있나 하면서요. 


기분 좋은 배신감이 느껴지는 드라마

이 드라마가 좋고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빤하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아이돌 그룹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남장여자 이야기'가 빤하지 않다니 놀랍죠? 어차피 드라마들은 1, 2회만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세 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집니다.  이 드라마도 대충 어떤 방향으로 갈지 보이죠.

여기에서 '빤하지 않다'는 건 상황들이 신선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4회 마지막 수영장 장면을 볼까요? 고미남이 물 속에서 오래 버티느라 기진맥진해 있었고 황태경이 구하러 들어왔습니다. 여기까진 드라마에서 수천 번 나왔던 장면입니다. 시청자는 예상하죠. '아, 또 남자가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는 스토리네. 이러다 인공호흡이다 뭐다 하면서 뽀뽀도 할 수 있겠군.'

그런데 5회 첫 장면에서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되었습니다. 황태경의 인기척으로 고미남이 정신이 번쩍 들더니, 황태경의 머리를 박차고 스스로 밖으로 나간 거지요. 오히려 황태경은 고미남의 하이킥에 맞아서 기절했고요. 

이런 식으로 <미남이시네요>는 순간순간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홍 자매 드라마는 처음 보는데, 이런 '배신감 주는 장면'에서 그들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다음 회에서는 또 어떤 배신감을 느낄지 기대도 되고요.

좋은 대본과 재능 있는 연기자가 만났을 때

스토리 전개와 대사들도 착착 감기는데, 만약 연기가 안 되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만약 장근석-박신혜 씨가 아니었다면 드라마가 이 정도로 설득력을 얻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좋은 대본과 좋은 연기자가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할까요. 

장근석 씨는 그동안 '허세' 이미지 때문에 재능이 과소평가되는 배우였습니다. 일단 그는 상당히 노력하는 배우고, 욕심이 많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신비주의니 뭐니 해서 광고만 줄창 찍어대는 게 아니라 정말 꾸준히 작품활동을 합니다. 비슷비슷한 역할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애써 찾아서 연기하는 중이죠.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장근석 씨는 이례적일 정도로 열심히 하는 꾸준한 배우입니다. 노래도 잘하고,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감탄이 나옵니다. 그는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도 잘 소화하는 얼굴과 몸을 가졌습니다. 본인이 그런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박신혜 씨는 그동안 나이와 이미지에 잘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이 드라마를 만났습니다. 고미남 캐릭터가 이만큼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건 박신혜 씨의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노래도 잘하죠. 고미남으로 남장 했을 때 좀 더 굵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아쉬운데, 그럼에도 그냥 다 이해가 될 정도로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습니다.

'짝사랑남'을 맡고 있는 정용화 씨나 실제 아이돌 그룹 가수인 이홍기 씨도 본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배우들 연기 때문에 속 썩을 일이 없다니, 이십대 초반 배우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기도 하지요.

작가님, 이것만은 제발!

그래도 걱정되는 게 없는 건 아닙니다. 구리구리한 출생의 비밀 코드는 제발 좀 없길 바라는데, 역시나 이 드라마도 그 장치를 사용하는군요. 홍 자매 극본답게 그 부분도 무리가 덜 가게 다루어주길 간절히 간절히 빌어봅니다.

또 하나, 언제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여자들. 고미남이야 처음부터 지금까지 민폐 캐릭터였다지만, 6회에서는 유헤이마저 도움 받는 여성 캐릭터에 합류했습니다. 그동안 유헤이 캐릭터는 '가식적인 국민요정'으로서 황태경과 티격태격하는 싸움도 할 수 있는 당찬 캐릭터였는데, 황태경에게 극적인 도움을 한 번 받더니만 딱 반하고 말더랍니다. 쩝. 

 

* 참, 강신우 캐릭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네요. 아시아 최고의 아이돌 그룹 세 멤버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설정, 이건 드라마니깐 괜찮습니다. 어차피 현실성에 목숨 거는 드라마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강신우가 고미남을 좋아하게 된 과정은 너무 허술하게 처리되었고, 고미남을 좋아하는 현재도 너무 소극적입니다. 이 캐릭터가 가장 설득력이 덜하단 뜻입니다. 황태경-고미남의 감정선은 세심하게 처리되어 잘 이해가 되는 반면, 강신우의 감정은 그저 고미남을 좋아한다는 것밖에 모르겠거든요. 작가님, 제발!!

뒤늦게 <선덕여왕>에 합류했습니다.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얼마 전부터 따라잡아 보자니 대단히 재미가 있군요. 명성이 괜히 전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다음 편 예고가 나오는 것도 놀랍습니다. 쪽대본 촬영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눈과 머리가 모두 즐겁다

많아야 네 명의 주인공이 나오지만, 그들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미니시리즈를 연이어 보다가 이렇듯 명확하고도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현란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자니 일단 눈도, 머리도 즐겁습니다. 사방에서 '사랑밖엔 난 몰라'를 끊임없이 외쳐대는 와중에 '야망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니 진심으로 신선합니다. (물론 '사랑밖엔 난 몰라' 이야기도 잘 만들면 가슴 뛰고 가슴 시리고 재미있습니다)

<선덕여왕> 43회, 44회에서는 미실의 새로운 도전이 그려졌습니다. 신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신분과 성의 벽을 넘어서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미실이 덕만과 춘추를 통해 왕을 꿈꾸는 단계로 나아간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실과 덕만이 내놓는 수는 그 하나하나가 정확히 오늘의 현실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정말 흥미롭습니다. 

선덕여왕, 한국을 말하다: 세금제도

일단 덕만이 내놓은 조세안이 종부세를 의미한다는 건 누구나 눈치챘을 것입니다. 뼈빠지게 일을 해서든, 돈이 돈을 불렸든 어쨌든 사유재산에 대해 왜 차등조세를 하는가, 이것이 종부세 반대론자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사회불안지수가 올라가고 증오범죄(유괴, 묻지마 살인 등)도 따라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죠. 가난한 사람들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만큼 먹고 입고 자는 것이 보장되고 인간으로서 도덕심을 지킬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부유한 사람들의 위험도는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서둘러 추진했던 정책 중 하나가 종부세를 약화시키는 것이었고, 결국 9억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만 세금을 내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6억 원 이상의 집을 보유한 사람이 종부세를 내도록 했는데, 이렇게 변경된 것입니다. 전세 6천만 원짜리에 사는 저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6억, 9억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건지 상상도 안 갑니다만, 종부세가 덜 걷힌 만큼 물건에 붙는 세금이나 월급쟁이들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단 사실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덕만에 대한 반감으로 새로운 조세안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죽방(이문식 씨)이 훈계를 늘어놓습니다. 세제의 혜택을 받을 이들이 도대체 왜 반대하느냐는 것이죠. 오늘날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세금을 내는 이는 적되 그 세금으로 복지혜택을 받는 이는 많은데, 정작 복지혜택을 누릴 이 중에서 종부세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죠. 

선덕여왕, 한국을 말하다: 현대사 60년-탄핵, 날치기, 군사 쿠데타 

<선덕여왕> 44회의 하이라이트는 탄핵안 의결과 군사를 일으키는 장면입니다. '덕만 탄핵안'을 상정하면서 반대표를 낼 만한 사람은 전날 밤 술에 약을 타서 먹여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도록 술수를 써놓고 같은 편끼리만 모여 화백회의를 개최한 장면, 뒤늦게라도 회의장에 오려는 반대파 두 명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인간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장면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무수한 장면들이 연상됩니다.

가깝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떠오르지요. 날치기의 역사는 너무도 오래돼서 새삼 이것저것 언급하는 것조차 입이 아픕니다. 제게 가장 가슴 아픈 날치기로 기억되는 순간 중 하나는 1996년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12월 26일 새벽 6시에 행했던 '노동법 날치기'입니다. 저는 그때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김영삼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독재와 폭압정치를 행했던 세력과 손을 잡고 마침내 원하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제 침체를 핑계로 노동법을 개악한 것입니다. 이날 날치기 통과된 법안으로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이는 곧 차별과 생계불안이 온 사회에 만연하게 됨을 뜻합니다. 

박정희 3선 개헌도 그렇고, 얼마 전 미디어법도 그렇고, 국민적인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정당성이 없는 상당수의 법안이 날치기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로 우리나라의 자화상이 됩니다. 국민소득이 2만불이라는데, 다른 나라엔 이런 광경이 대체 어떻게 비칠까요. 

반대파가 아예 접근도 못하도록 바리케이트를 쳐놓고는, 어찌하든 회의장에 들어가려 하면 난입을 하느라 폭력을 썼다며 기득권층은 '명분'을 쥡니다. 폭력을 유발해놓고는 '신성한 회의장에서 폭력을 썼다'라며 역도로 모는 거죠.

게다가 일부러 기득권층이 테러를 당한 것처럼 꾸며 반대파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이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 모든 명분이 성립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이 정도로 적실하게 한국 현실을 제대로 담진 못하는데, 수천 년 전 신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이 정도로 한국 사회를 반영하다니, 볼수록 놀랍습니다.

* 다만 춘추가 덕만에게 합류하게 된 과정은 아쉽군요. 덕만에게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덕만의 이상과 그릇이 크기 때문이어야 하는데, '미실만은 안 된다' '미실에게 대적하고 싶다'라는 이유 때문이라니요. 춘추도 이런 이유로 덕만 캠프에 들어옵니다. '골품제는 천한 제도'라는 멋진 선언을 날린 패기 만만한 청년이 갑자기 좀 매력과 힘이 빠진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이 드라마에서 언제쯤 덕만이 주인공처럼 느껴질지 모르겠군요.

<스타일>을 이끌어가는 건 결국 두 가지였습니다. 타인의 호의를 자기에 대한 관심으로 착각하는 도끼병 걸린 두 여자와 돈 많고 나이든 '회장님'의 여성편력. 참, 여기에 사각관계를 포함시켜야겠군요.

이 드라마는 전문직 드라마임을 표방하면서도 잡지사라는 곳을 아주 하찮은 곳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평생 잡지나 패션엔 전혀 관심도 없던 이를 발행인으로 앉힌다는 말인데, 이것 참!

하다못해 요즘은 재벌3세도 사원-대리-부장 등의 자리는 거칩니다. 물론 그 뒤에 초고속 승진을 하여 삼십대 초중반에 상무니 전무니 이런 직급을 맡았다가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지만요.

저도 잡지사에 있어봤지만(<스타일>에 나오는 잡지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발행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취재하고 글쓰는 이들을 얼마나 잘 이해해주느냐, 잡지업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 실무에 파묻힌 기자가 못 보는 것을 얼마나 잘 짚어내느냐, 이런 것은 매우 중요하죠.

겉으로는 방목하는 듯 보이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전체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제가 다닌 잡지사의 발행인께서 하셨던 역할이고, 저는 그분에게서 '선배'에겐 배우기 힘든 또 다른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물론 운이 좋아서 이렇게 좋은 발행인을 만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적어도 전문직 드라마라는 타이틀은 포기해야겠군요. 그저 혈통주의에 이끌려 낙하산을 타는 젊은이의 얘기일 뿐이에요.

또 하나. 도끼병 걸린 두 여자 말이에요. 왜 여자를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할까요? 수영장에서 구해줬다고 관심 있는 줄 알다니. 그럼 물에 빠진 사람을 모른 척해야 하나요. 이서정(이지아)과 박기자(김혜수)가 구두 하나로 참 오랫동안 감정 싸움을 하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서우진(류시원)과 박기자의 관계가 진전되었던데, 제가 촌스러운 건지 그들이 왜 저렇게 발전했는지를 당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서로 비꼬기만 하던 이들이 왜 갑자기 연인 비슷하게 되었는지 말이죠.

보통 사이 안 좋은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면 '아, 둘이 맺어지겠군' 하는 것쯤은 누구나 예상합니다. 중요한 건 과정이죠. 둘이 정 들고 상대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한 뒤에야 호감을 갖는 것이 정석이죠.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도대체 언제 어떻게 감정이 싹텄는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무슨 비싼 가방을 두고 베스트드레서 경쟁을 하는 이서정과 박기자라니. 여자는 그렇게 하찮은 존재가 아니란 말입니다. 옷 잘 입는 것, 좋은 가방, 물론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일로, 실력으로 경쟁하고 싶다고요.

이서정은 도대체 왜 그렇게 일은 안 하고 실수만 하는지, 게다가 실수했을 때 그걸 만회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고 그저 변명만 늘어놓는지, 이 드라마는 잡지도 여성도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어서 답답합니다.

결국 <스타일>은 출생의 비밀과 유산 문제, 사각관계, 남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 인생을 꽃 피우는 캔디로 이루어진 진부한 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남자 이야기>는 제목대로 남자들이 극의 큰 흐름을 이끌어 가는 와중에 두 여자(서경아, 채은수)도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드림팀의 1차 복수극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김신은 자기 형을 죽인 사람을 향해, 드림팀 멤버 재명과 문호는 자기 아버지와 친구를 죽인 사람을 향해(경태는 삼촌 따라 강남 온 격이지만) 복수의 칼날을 겨누었는데, 알고 보니 복수의 대상은 채동건설 회장이 아니라 진짜 살인자 채도우라는 것까지 8부에서 밝혀졌습니다. 복수의 대상이 극 중반으로 오면서 명확해진 셈입니다.

그리하여 8부의 마지막 신에서는 신과 도우가 마주보며 앞으로 펼칠 대결을 예고했습니다. 이제 본론의 서막(?)이 끝나고 본론의 진짜 본론이 다음주부터는 시작되겠군요. 이 마당에도 <남자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자들 중 주인공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김신? 누구~! (왕비호 버전)

지금껏 우리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형이 죽었다는 사실, 그것에 격분해서 방송국에 석궁 테러 하려다가 전과자가 되었고 그곳에서 '형님'을 만나 드림팀에 합류했다는 정도입니다. 알고 보면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어 온 셈인데 어찌 된 것인지 이것은 그저 '줄거리'로 다가올 뿐 이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김신의 캐릭터나 존재감이 더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형의 죽음과 감옥 안에서의 생활, 드림팀의 모습 등에서 악의 화신 채도우, 자폐형 천재 안경태, 위장술과 화술의 달인 박문호, 확실한 브레인 도재명 등 나머지 '남자'들은 자기만의 캐릭터와 매력을 8부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펼쳤는데 정작 주인공 김신만은 자기만의 강인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도재명은 뛰어난 외국어 능력과 여성을 사로잡는 매력, 변호사 자격증, 중국인 양아버지 덕분에 얻은 인맥까지, 이 '드림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안경태의 삼촌인 박문호도 전직 사기꾼답게 뛰어난 변장술과 능수능란한 화술, 트릭과 인맥, 드림팀 내 인물을 하나로 모으는 친화력까지, 그 역시 없어서는 안 됩니다. 안경태 또한 주식으로 사기 치려는 이 드림팀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지요. 비단 드림팀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이 세 명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겁니다.

메인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악역, 채도우


채도우의 매력은 또 어떻습니까? 이런 악역, 참 신선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카인과 아벨>에서 그랬듯이 악역은 대부분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고 세상이 미웠고.. 이런 이유로 난 네가 미워! 하는 식이지요. (전부 그렇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면서 시청자에게 자신이 악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어필하고 이해받으려고 애씁니다. 또한 '나쁜 남자'의 심장이 아무리 얼음같이 차가울지라도 실상은 '사랑 앞에서는 약해지기'라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채도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이 악해진 이유 따위는 애초에 보여 주지도 않고 이해시킬 필요도 없는 듯 행동합니다. 시청자에게조차 자신을 어필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름부터 '섀도우' 즉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악의 화신일 뿐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 많은 '훈남'과는 정 반대 지점에 서 있습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악역은 주인공보다 덜 사랑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김신보다 채도우가 더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가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4대1로(아니, 채은수가 김신 쪽으로 갔으니 5대1이라고 해야 하나요?) 붙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는데도 조용히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도 지존급입니다. 매너 있고 실력 있고 '감정 있는 척'도 잘하고 여심을 자극할 줄도 알고 게다가 감수성 넘치는 모습으로 피아노 연주까지 하는데.. 이거야 뭐, 주인공이 채도우 같아요. 김강우 씨의 차가우면서도 절제된 연기 또한 놀라울 정도입니다. <식객>에서는 무난한 정도였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성장해 있었네요.

채도우만 강할 뿐, 김신도 복수 1차전도 너무 약해~!


김신을 제외한 드림팀 멤버도, 채도우도 캐릭터와 매력 포인트가 명확한데 김신만 제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나머지 '남자'들의 매력이 워낙 눈에 잘 띄기에 더더욱 김신의 캐릭터가 '듣보잡'처럼 느껴집니다. 변장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달변가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없고 지휘력도 안 보이고 말입니다. 최소한 김신이 드림팀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다들 자기 역할을 할 때 김신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던지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드림팀의 대표는커녕, 일원으로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말이지요.

결정적으로 꼭 복수를 하겠다는 전투력도 약합니다. 자기 형이 죽어서 복수하겠다고 석궁 테러까지 했으면서도, 정작 감옥에서 복역한 뒤로는 옛 애인에게 찾아가 '너만 내게 돌아온다면 복수 따윈 그만 둘게'라고 하는데 그저 웃음만 나더군요. 가뜩이나 복수심 없어 보이는 주인공인데, 저런 설정까지 나와 버리면 정말 주인공의 복수심을 더 의심하게 되지 않겠어요.

채동건설이라는 대기업의 회장이 저렇게 쉽고 허술하게 50억이라는 큰 돈을 사기 당하는 것도 그리 설득력이 있진 않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복수극 2차전은 좀 달라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달라지지 않으면 이 드라마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고요. 8회 마지막에서는 구부러진 계단에서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위에, 한 사람은 아래에 서 있지만 앞으로 이들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이 가능하지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김신의 매력을 살리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중반에 오기까지 도대체 김신만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건 정말 큰 문제거든요. '본론의 본론'으로 들어가면서는 복수 과정도, 주인공의 캐릭터도 '본론스럽게' 펼쳐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