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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와 지후의 사랑이 완결되었습니다.
사실 <금지된 사랑>의 진짜 결말은 완결편과는 많이 다릅니다.
jj커플에 관심가져주신 보답으로 완결편을 만들었다면
두 사람이 '꽃남'을 벗어난, 한편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기존에 생각했던 결말을 디렉터스컷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애정이 더 많이 들어간 영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매포(mad4tv의 줄임말)블로그에는 갠소를 원하는 댓글이 없었지만
여기저기 옮겨다닌 영상을 보고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즐겁게 편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꽃보다 남자의 종방을 아쉬워하고, jj커플을 좋아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바칩니다.







도대체 넌 의도가 뭐냐?

비록 '드르륵' 열고 닫는 문이 달린 흑백텔레비전이었지만 어쨌든 제가 본 것으로 기억하는 최초의 드라마는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이었습니다. 보다 말다 했어도 아마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두 형제의 인생 여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제가 본 드라마는 수십 편은 족히 되겠지요. 그리고 그중에는 지금까지도 마음과 머릿속에 알싸한 추억이자 그리움으로 남은 것이 있는가 하면(언젠가 그 드라마의 목록들도 한번 풀어놔 보겠습니다), 전혀 기억에 남지 않은 것도 있겠고, 도무지 막장스러움을 견디지 못하여 중도 포기한 드라마도 숱하게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릴레이 달리기처럼 방송국이 서로 돌아가면서 방송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각 방송국마다 막장 드라마 한두 편씩은 동시다발적으로 내보내고 있으니 과연 전성시대가 맞긴 한가 봅니다.

언제나 '막장 그라운드'였던 아침 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는 옛 연인끼리 한 집안에서 만난 데다, 남자의 과거를 눈치 챈 아내의 복수가 시작되었으며, '하이틴 막장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납치, 왕따, 폭력, 재벌, 삼각관계에 이어 기억상실증과 불치병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막장'의 대명사 격인 <아내의 유혹>에서는 차츰 막장화되고 있는 다른 드라마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죽은 것으로 나왔던 진짜 민소희가 살아 돌아와서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악을 질러 댐으로써 '막장 오브 막장'임을 과시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겁니다. 80년대부터 제가 보았든 못 보았든 수백 편은 될 드라마들, 예전에는 기획의도를 보면 90% 이상이 '~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였는데 막장이 범람하는 요즘 드라마들은 기획의도가 대체 무엇이냐, 이거죠.

드라마는 여전히 진정한 삶과 사랑과 가족을 찾아 헤매는 중


드라마의 의도는 각각의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이중 '막장'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었거나 현재도 듣고 있는 <꽃보다 남자> <하얀 거짓말> <에덴의 동쪽> <사랑해, 울지 마> <미워도 다시 한번> <아내의 유혹>의 기획의도를 읽어 보았습니다.

<하얀 거짓말>

이 드라마에선 세 명의 여자가 결혼이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간다.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여자.
오점 없는 인생을 위해 사랑보다는 조건을 선택한 여자.
데인 상처를 치료 받기 위해 불구덩이를 선택한 여자. (중략)
달라진 현대 사회상과 가족관에 맞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각기 다른 가족상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에덴의 동쪽>
엇갈린 운명으로 두 번의 인생을 거듭 살아내야만 하는 두 가문의 '파란의 가족사'를 통하여
진정한 사랑과 영혼의 구원이 휴머니즘의 회복임을 해부해 전달해 보이고자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 드라마는 결혼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여기 오십대지만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중년 여자의 피맺힌 복수와 뼈아픈 외로움이 있습니다. 모두가 사랑과 결혼의 부작용인 거지요.
피 끓는 사연... 그 사랑을 위해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사랑해, 울지 마>
아픈 상처를 사랑으로... 용서로... 이해로 치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기 위해 길을 묻는 드라마.

역시나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찾기 위해 드라마는 오늘도 뛰고 있었군요. 그렇다면 '하이틴 막장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어떨까요?


<꽃보다 남자>
언제나 젊음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하이 판타지 로망스.
드라마란 장르가 현대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판타지를 보여 준다.

죽은 줄 알았더니 '악 쓰기 신공'을 연마하고 다시 나타난 진짜 민소희 덕분에 막장계를 단번에 평정한 <아내의 유혹>의 기획의도는 이랬습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선택한 결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여자 (중략)
자신을 철저하게 모욕한 남편과 내연녀(친구)를 지독하게 복수하고
새로운 인생과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하! <아내의 유혹>도 '새로운 인생과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만들었군요. 그나마 <꽃보다 남자>는 새롭다고 해야 할까요? 인생의 의미고 진정한 사랑이고 집어치우고 '최상의 판타지를 보여 주'는 것이 기획의도였군요. 그나마 다른 드라마와 비교하면 솔직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진정한 삶과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출생의 비밀이 필요하고 사람을 납치하고 삼각, 사각관계가 등장하고 혼전 임신을 하고 그렇게 바람이 났던 것이었다니. 한송이 국화를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도 울었겠죠.

무엇이 막장과 명작을 가르는가?

일주일에 열 편도 넘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으니,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은 진정한 삶과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이미 발견하고도 남았어야 하겠군요. 하지만 기획의도는 홈페이지에만 남겨 놓고 실제로는 자극적인 요소만 잔뜩 발라놓은 조미료 같은 드라마에서는 어떤 '진정성'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기획의도를 갖고도, 심지어 비슷한 소재를 갖고도 방영이 끝난 한참 후에도 회자되는 드라마들이 많습니다. 엄태웅의 <부활>, 주지훈, 엄태웅의 <마왕>은 죽은 줄 알았던 이가 다른 신분으로 나타나 복수극을 펼친다는 점에서 <아내의 유혹>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지만 하나는 명작이 되었고 하나는 막장이 되었습니다. 소지섭, 임수정의 <미안하다, 사랑한다> 역시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복수극을 펼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요.


과연 어떤 요소가 좋은 드라마와 막장 드라마를 가르는 것일까요? 쓰는 드라마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도 불치병, 삼각관계, 신분상승을 향한 욕구, 재벌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막장 드라마와 소재만 보면 비슷한 것이지요.

결국 '무엇을 다루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는가'가 문제가 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보게 된다면 막장, 드라마 속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삶을 보며 공감하고 그것을 통해 내 삶까지 돌아보게 된다면 명작이 되는 게 아닐까요?

기획의도는 같더라도 명작 드라마는 그것을 보면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되새기고 배우게 되며, 등장인물들의 변화와 성장, 성숙을 통해 보는 이까지도 함께 성장하게 되지요. 위에 언급한 <부활>의 강혁(서하은이자 유신혁인), <마왕>의 승하와 오수, <미사>의 무혁과 은채...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삶이, 그들의 행동과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뿐만이 아니라 종영된 뒤 한참 흘렀어도 여전히 내 가슴속, 머릿속 한켠에서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명작 드라마는 함께 울고 웃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진정한 삶과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줍니다.

기획의도는 그럴 듯하게 포장해 놓고 실제로는 '시청률과 광고 수익의 진정한 의미'만 따지는 막장 드라마, 그러라고 준 전파가 아닐 텐데?


<꽃보다 남자> 재방송은 단순히 ‘닥본사’를 한 탓에 내용을 모두 알아서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기 싫은 수준이다. 주말이면 케이블 채널에서 연속방송으로 <꽃남>을 틀어대고 주중에도 어렵지 않게 <꽃남> 재방송을 접할 수 있다. 1회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꽃남>을 열심히 시청한 나로선 채널을 돌리다 <꽃남>을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마음에 얼마간 머무를 수도 있건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채널을 돌리고 만다. 난 분명 <꽃남> 팬인데 왜 재방송이 보기 싫을까?

드라마 팬의 시청 행태의 기본은 ‘닥본사’와 ‘보고 또 보고’다. <꽃남>을 ‘닥본사’는 하되 ‘보고 또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은 비슷한 맥락의 다른 드라마와의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노희경, 인정옥, 김지우 작가의 작품처럼 특유의 작품성으로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드라마 말고 대중적 인기를 노린 듯 했으나 의도치 않게 ‘광팬’들을 만들어낸 드라마들 말이다.

처음 <꽃남>이 방영되었을 때 <궁>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만화를 원작으로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도 그랬고 제작사도 같다. 여주인공에게 어린 남동생이 있는 설정과 여주인공의 엄마 역을 임예진씨가 맡았다는 점까지 같다. <궁> 또한 <꽃남>처럼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남주인공으로 발탁했고 캐스팅을 두고 이러저러한 말이 많았다(당시 채경 역으로 네티즌들이 강추했던 배우가 구혜선이었다는 것도 <궁>과 <꽃남>의 묘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궁>은 10대 시청자를 겨냥한 가벼운 드라마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 20, 30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20, 30대 ‘언니’들은 ‘우리 으네’를 격하게 사랑하며 드라마 시작 전 윤은혜에게 가졌던 편견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극 중 채경의 처지에 공감했고 채경의 사랑을 응원했다. 이 언니들의 사랑으로 팬들의 리뷰 등을 모은 책이 2권이나 나왔다.

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의 시초는 <다모>다. <거짓말> <네 멋대로 해라> 등 이전에도 마니아 드라마는 있었으나 ‘다모폐인’들은 새로운 드라마 마니아 문화를 만들었다. 지금이야 인기 드라마를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 차고 넘치지만 다모폐인들이 게시판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신문을 만들고 외전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문화 현상이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과 <커피프린스 1호점>도 수많은 연애드라마 중 하나에 머물지 않고 드라마 역사에 확실한 한 점을 찍었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팬들이 단순히 제작진이 만들어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과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인물이 마치 실존인물인 양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로 그 인물의 역사와 성격을 구축한다. 그럼으로써 드라마에서 표현되지 않은 여백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궁>에서 채경이 신을 사랑하면서도 왜 궁을 떠나려고 하는지, <다모>에서 천한 신분의 채옥에게 종사관 황보윤과 화적패 장성백을 향한 사랑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수정이 계급적 한계와 세속적인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갈등하는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 왜 좀 더 빨리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지는 팬들의 해석으로 더 확실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다모>의 연출자인 이재규 PD는 드라마 종영 직후 “다모폐인들이 아니었으면 <다모>의 가치가 이렇게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모>는 제작진의 손을 떠났다. 다모폐인들에 의해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팬들에 의해 드라마의 외연이 넓어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드라마 자체가 일관성 있게 구축된 세계여야 한다. 인물과 사건이 개연성을 가지고 설득력이 있어야 팬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래야만 드라마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그 여백을 팬들의 해석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들과 <꽃남>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꽃남>의 인물들은 이리저리 갈팡질팡 흔들리고, 사건들은 아무런 맥락 없이 툭툭 나열된다. 구준표가 마카오에서 갑자기 냉정해진 건 70만 신화인의 삶을 어깨에 짊어졌기 때문이라 쳐도, F4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을 만큼 바빴던 구준표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유유자적하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신화그룹 후계자로서 자신을 옭아맨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구준표와 잔디 앞에서 여전히 철없이 행동하는 구준표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잔디의 캐릭터가 실종된 것이다. 드라마 초반의 당차고 씩씩했던 잔디가 없어진 것은 오래다. 지금의 잔디는 준표와 지후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색깔이 없다. 잔디가 준표에 대해 그리고 지후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혹은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는 장면마다 설명이 달라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앞에서 언급한 드라마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공교롭게도 주인공이 모두 하지원과 윤은혜였는데 이들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 드라마들 때문이다). 이들 또한 잔디처럼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지만 각각의 상황이 설득력이 있었다. 적어도 그 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자기 세계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으며 극 중 마음은 오락가락해도 캐릭터 자체가 오락가락하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하고 싶은 건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거나 드라마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다. 팬들이 개입하고 싶을 만큼 완성된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꽃남>은 결국 높은 시청률은 얻었지만 ‘폐인’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F4의 미모를 감상하고(그것은 물론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본방을 한번 보는 걸로 족하다. 재방송까지 본다면 <꽃남> 팬이라는 게 더더욱 부끄러워질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닥본사’나 하련다.


이게 다 생방송 때문이라고? 그래, 이해한다

인기도 많고 말도 많고 사고도 많은 <꽃보다 남자>, 국내의 인기는 물론이고 국외 수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사고가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생방송'스러운 제작환경 때문에 제작진이 처음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할 때 가졌을 포부는 마음속 깊이 '간직'만 한 채로 어떻게든 방송을 제시간을 내보내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청자가 드라마 제작환경까지 이해해 가며 드라마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는 중입니다. 뭐, 이전에도 워낙 '생방송' 드라마가 많아서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상황이긴 합니다. 왜 잔디가 지후를 짝사랑하다가 준표에게로 마음이 돌아섰는지 드라마 안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져도 이미 잘 단련된 시청자들은 '그럴 만했겠지, 뭐.' '워낙 쪽대본을 갖고 찍는다잖아. 배우들이 대사를 외운 것만도 기특해.' 하면서 이해해 줍니다(물론 F4가 이렇게 출중한 외모와 매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이해되지 않았을지도..).

바야흐로 드라마는 F4가 고등학생이었던 시기를 지나 구준표의 약혼자가 등장한 뒤의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약혼'이라는 걸 하는 사람을 아직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0.0000000000001%는 약혼을 많이 하는지, 재벌2, 3세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는 웬만하면 약혼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도 신기합니다. <파리의 연인> 한기주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꽃보다 남자>, 후반부로 오고 보니 기 막힌 반전이 숨어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대만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만들어지다 보니 반전이 없으면 심심해질까 봐 그랬던 것일까요? 반전의 주인공은 바로바로바로!! 윤지후와 하재경입니다.

지후의 반전: 듬직하고 멋진 진짜 남자로 성장한 윤지후


초반엔 무작정 흰색 옷만 주야장천 입고 나와 찬란한 빛을 받으며 바이올린을 켜던 윤지후, 그가 후반으로 오면서 연기와는 관계 없이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지후를 맡은 김현중의 연기 실력과는 정말 별개입니다.

드라마 전반부에서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한몸에 모은 주인공 구준표가 '2부'를 시작하면서 뒤늦은 사춘기라도 왔는지 갈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지후가 매너까지 좋은 진짜 왕자님으로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김현중의 외모는 굳이 뒤에 찬란한 빛이 없어도 샤방샤방한 빛을 자체 발산하더군요.)

이전에는 만화책 속의 그림보다 더 생동감이 없던 지후의 캐릭터가, 잔디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하면서는 정말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왕자님처럼 느껴집니다. 준표가 잔디를 만나 성장하고 변해 간다기보다는, 오히려 지후야말로 잔디를 만난 후 자신의 비좁은 세계를 넓혀 가고 더 따뜻한 사람으로 변해 가지 않았던가요?

이런 성장하는 모습이 기존의 비주얼적인 매력과 어우러지면서 듬직하고 멋진 남자로 지후를 바꿔 놓았습니다. 15화에서 "업힐래? 안길래?" 하고 잔디에게 물을 때는 이거야 뭐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차무혁이 송은채에게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하는 포스는 아니어도, 제법 잔디에게(또는 뭇 여성에게) 상당히 와 닿을 만한 포스는 발휘하고 있다 이겁니다.

재경의 반전: 진짜 '잔디' 등장이오~!


하재경은 또 어떻습니까?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심지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더더욱 짧은데도) 진정한 '잔디스러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여주인공인 금잔디가 발휘했어야 할 매력, 즉 씩씩하고 당당하고 기 안 죽고 자연스럽고 생기 있는 매력을 재경이가 다 발산하고 있는 거지요. 실제 금잔디는 바보 같고 수동적이고 어색하고 망설이기만 할 때 말이에요.

17화에서도 재경은 준표가 삐딱하고 뚱하고 제멋대로만 행동할 때에도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굴하지도 주눅들지도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밀고 나갑니다. 완전 준표의 머리 위에 앉은 듯 쿨한 모습은 여주인공 잔디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과 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잔디가 씩씩하고 당찬 여주인공이었던 시절은 오직 왕따 당했던 그 옛날과 음식을 앞에 두고 먹을 때뿐입니다. 누구나 기가 껌뻑 죽는 네 남자 앞에서도 잡초처럼 당당해야 하는데 지금 잔디는 오직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을 뿐이라, 누군가 기댈 사람이 필요할 만큼 나약해져 있지요.

메인 남녀 주인공의 각자 다른 로맨스가 더 두근대네

대한민국 국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신화그룹의 고객이 된다는데, 이 회사가 그토록 어려워져서 재경네 회사의 도움만 애절하게 기다려야 한다니 이것 참 큰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회사에 대한 애정은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던 안하무인 독불장군 준표가 아버지 때문이든 엄마의 강권 때문이든 재경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 이게 가능한지는 논외로 두겠습니다. 그것까지는 시청자가 이해한다고 해 보죠.

그런데 둘이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보면 과거 언젠가 (사실 시청자에겐 며칠 전의 일이지만) 잔디와 준표가 사랑하는 사이였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만듭니다. 안하무인 독불장군 준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혹은 잘 맞는) 여자는 잔디가 아니라, 씩씩하고 솔직하고 당당한 재경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지후와 잔디의 모습을 보면, 또 이들도 왜 둘이 연결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잡초처럼 꿋꿋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생명력은커녕 너무 여리고 잘 울고 쉽게 마음 약해지고 솔직하지도 못한 잔디인데, 항상 어려울 때면 그림자처럼 나타나 위로해 주고 눈물을 닦아 주고 지켜 주고 모든 어려움을 함께해 온 지후와 맺어지지 않는다면 이상하지 않나요?

준표와 잔디가 헤어질 때 시청자가 가슴 아파하고 어서 다시 만났으면, 하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와는 정반대로 메인 남녀 주인공의 각자 다른 로맨스가 더 두근대고 재미있고 설득력도 있으니, <꽃보다 남자>야말로 반전 드라마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예는 있었지요. 좀 오래된 드라마긴 해도 많은 분이 기억하시는 <별은 내 가슴에> 말입니다. 원래 차인표와 최진실이 연결되는 설정으로 출발했으나 안재욱의 역할과 연기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스토리가 전면 수정되었지요. 주조연급의 캐릭터가 더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성 스캔들>에서는 선우 완, 나여경 캐릭터는 강지환, 한지민이라는 좋은 배우를 만나 초반에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이들 커플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가고 오히려 서브 남녀 주인공인 이수현과 차송주 캐릭터가 더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원작이 있기에 결말도 거의 정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빤히 보이는 결말인데, 그 결말로 가는 과정마저 가져다붙이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지. 준표는 사춘기를 끝내고 매력적인 남주인공으로 돌아와 주길, 잔디도 분발하여 후반부에라도 통통 튀고 생기 있는 매력을 보여 주길 기대해 봅니다. 최소한 지후와 재경만큼의 호감과 설득력을 지니길 말이지요.


꽃보다 예쁜 남자들이 온다

Posted 2009/02/20 13:45


 

<브로드앤TV 매거진> 1월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조금 지난 글이지만, 요즘 꽃남 인기에 편승(!)해 늦었지만 <매드포TV>에 올려봅니다.


잘 생기고 키 크고 늘씬하고 심지어 돈까지 많은 남자를 보면 전지현이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스타일이야!” 그러나 완벽한 그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대부분의 왕자가 그렇듯이 바로 ‘싸가지’다. 하긴 왕자님이 인간성마저 좋으면 세상의 수많은 ‘평범남’은 어찌한단 말인가. 철딱서니 및 지성미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그들만의 인간적인 매력이다.

“나에게 이렇게 대한 사람은 없었어!”

스스로 F4(‘꽃’을 뜻하는 ‘Flower’에서 유래했다)라 부르며 학교를 주름잡는 네 남자의 매력에 모두가 굴복한다. 평균 키가 180cm를 넘고 몸무게는 66.75kg, 한 달 평균 용돈은 만화 <꽃보다 남자> 기준으로 275만원(1992년에 고등학생 용돈이 이만큼이었단다), 얼굴은 조각 같은 꽃미남. 상류층만 입학한다는 고등학교에서도 최상류층으로서 주변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기에 F4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학교에 ‘천민’ 계급이나 다름없는 여자 아이가 들어온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부모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류층 학교에 온 그녀는 3년이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F4 리더의 무례하고 불의한 행동을 참다못해 주먹을 한방 날린 뒤 이렇게 말하고 만다. “자기 힘으로 돈 벌어본 적도 없으면서!”

지금껏 그에게 이렇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 남자는 큰 충격에 빠지지만, 그와 동시에 당찬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보지 않은 남자,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는 남자,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믿던 남자는 제대로 사랑에 빠져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꽃보다 남자>는 전형적인 ‘나에게 이렇게 대한 사람은 없었어!’ 이야기다. 까칠하고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이 평범한 여자를 만나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1992년 일본 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되기 시작해 2004년까지 단행본 36권으로 발행되었고,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총 17개국에서 5800만 부 이상 팔린 로맨스 만화의 최고 베스트셀러다.

엄청난 인기는 다른 장르로도 이어졌다. 1995년에는 일본에서 영화로, 다음해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고, 2001년 대만에서는 <유성화원(流星花園)>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원작을 충실히 재연한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여주인공 서희원과 F4 멤버인 언승욱, 주유민, 주효천, 오건호는 아시아의 별로 떠올랐다. 남 주인공들은 아예 ‘F4’라는 그룹을 결성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해 중국 정부가 방송 잠정중단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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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아이돌스타 마쓰모토 준이 주연을 맡은 <꽃보다 남자>는 평균 시청률 19.8%로 가을시즌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만화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0년도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했던 것이다. 팬들의 성원으로 2007년 제작된 <꽃보다 남자 리턴즈>는 그해 전체 드라마 시청률 2위에 등극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마침내 2008년 <꽃보다 남자 파이널>이 영화로 만들어지며 전체 이야기의 막을 내렸다. 영화는 완성도와 관계없이 그저 <꽃보다 남자> 주인공들이 재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이 들썩거렸다.

한국 vs 일본 vs 대만의 <꽃보다 남자>

한국에서도 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몇 번 흘러나왔다. 이전에도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가 제작된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1994년 이현세의 <폴리스> 이후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 <미스터Q>, 방학기의 <다모>, 원수연의 <풀하우스>, 박소희의 <궁>, 허영만의 <식객> <타짜>가 인기리에 방송되었다. 현재도 김진의 <바람의 나라>가 방송 중이며 <공포의 외인구단>(허영만) <탐나는도다>(정혜나)가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1월, <꽃보다 남자> 한국판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F4 역할을 과연 누가 맡을지 하는 것이었다. 대만, 일본의 F4 멤버는 전원이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성의 로망을 만족시킬 만한 키와 외모, 분위기를 겸비해야 하기에 아이돌스타부터 기성 및 신인배우를 망라하여 수많은 후보가 오디션을 거쳤다. 결국 경쟁자들을 물리친 행운의 주인공으로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이 선발되었다.

이민호는 F4의 리더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신화그룹의 후계자 구준표 역을 맡았다.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 <아이 엠 샘>,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1-1> <울학교 이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기대주로, 만화 원작과 비슷한 이미지를 위해 머리 스타일도 바꾸었다. 대만의 ‘따오밍스’(언승욱)는 근육질에 남성적인 거친 면모를 내세운 데 반해 일본의 ‘츠카사’(마쓰모토 준)는 어눌하면서도 좀 더 슬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민호는 185cm의 늘씬한 키에 순정만화스러운 분위기가 강점이다.

원작의 ‘루이’ 윤지후 역은 F4 중에서도 대표 꽃미남이다. 네티즌은 이 역에 일찍부터 김현중을 점찍어놓았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보였던 엉뚱하고 나른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이 루이와 겹치기 때문이다. 외아들로서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두운 구석이 있으면서도 여주인공이 힘들 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그의 캐릭터는 모든 여성이 꿈꾸는 남성상이다. 대만과 일본에서 이 역할을 맡은 주유민, 오구리  은 F4의 리더를 맡은 언승욱, 마쓰모토 준 못지 않은 지지와 인기를 얻었다. 김현중이 그 인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국보급 도예가 집안의 후계자인 소이정을 연기할 김범은 이미 <거침없이 하이킥>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가문을 등진 형의 인생을 훔쳐 살고 있다는 자책감과 첫사랑의 깊은 상처를 지닌 플레이보이다. 김범은 이번 역할을 계기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준이 맡은 송우빈은 F4 멤버가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감싸주고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역할이다. 역시 플레이보이 기질은 다분하지만 ‘동시다발적’인 연애는 하지 않는 나름 순정파다. 보이밴드 ‘티맥스’ 멤버 출신의 김준은 연기자로서 첫 번째 도전이다.

이 꽃미남들의 사랑을 받을 여주인공에는 구혜선이 낙점되었다. 씩씩하고 정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서툰 평범한 여학생(구혜선의 미모는 평범하지 않지만) 금잔디는 이름만큼이나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녔다. 대만판의 ‘산차이’(서희원)가 언어적 특성상 ‘따오밍스’와 싸울 때 격렬하고 도전적이었다면 일본판에서 ‘츠쿠시’(이노우에 마오)는 조곤조곤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탁소 집 딸 금잔디는 과연 어떤 매력으로 네 남자를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대만의 <유성화원>은 28부작 안에 원작을 충실히 담았으나 방송 당시까지 만화가 완결되지 않았기에 결말은 다소 달랐다. 대만인의 정서와 맞추기 위해 등장인물을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으로 설정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비해 일본판은 9부작으로 압축하느라 내용이 많이 짧아졌다. 나중에 제작된 만큼 소품으로 등장한 삐삐가 핸드폰으로 바뀌는 등 시대변화를 적절히 반영해서 드라마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꽃보다 남자>는 만화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흥행 불패신화를 이어왔다. 이번 한국판은 인기가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익숙한 이야기’라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이미 두 나라에서 두 번씩이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신선하게 요리할 것인지가 흥행 포인트다.

뻔하지만 괜찮아

재벌 남자와 평범한 집안의 여자, 안하무인인 남자와 당차고 정의로운 여자, 집안의 반대. 물론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결말을 몰라서 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현진헌 왕자가 과거 여자친구의 일은 추억으로 남긴 채 평범한 삼순이를 사랑할 줄 알았다(<내 이름은 김삼순>). 아시아 최고의 스타이자 ‘왕싸가지’ 이영재가 작가 지망생 한지은에게 청혼할 것을 첫 장면부터 알아챘다(<풀하우스>). 물론 가난한 유학생 태영이 파리에서 겪었던 모든 일이 꿈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파리의 연인>).

<꽃보다 남자>에 대해서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분명히 남주인공 준표는 여주인공 잔디 앞에서 무례하게 말하고 행동하다 한방 얻어맞을 것이다. 준표는 잔디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고는 질투에 사로잡힐 것이다. 잔디에게 향하는 마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혹은 들킬까봐 괜히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 것이다. 아마도 비 오는 날, 온 세상의 우산을 다 사들일 수 있는 재력이 있음에도 굳이 비를 맞으면서 잔디를 기다릴 것이다.

결말을 알면서도 우리는 본다. 중요한 건 ‘과정’이기 때문이다. F4 멤버 한 명 한 명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나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완벽해보여도 자기만의 아픔과 결함을 지닌 F4와 주체적인 ‘캔디’ 잔디가 서로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준다면 한국판 <꽃보다 남자>도 대만과 일본판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부유층의 호화로운 생활, 몇 명의 남성에게 동시다발적인 애정공세를 받는 여성 이야기는 물론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지갑을 한 번 열 때마다 망설여야 하며, 한 남자에게 고백 받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왕자에게 사랑받는 여주인공이라는 판타지는 팍팍한 우리 삶의 영원한 흥밋거리 아닌가. 몇 년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벌가의 혼맥(婚脈) 지도’를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보다 낮다. 사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살아가고 있는 재벌가의 사람은 현실 생활에서 만나기조차 어렵다. 혹 만난다면 금잔디처럼 일단 주먹을 한방 날리겠다고? 아서라, 잘못하면 ‘회장님’ 주변에 있는 ‘어깨들’과 엮일 수도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따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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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구준표 "참~쉽죠!!"(1탄)

Posted 2009/02/18 18:04





재벌2세 구준표의 콧대는 하늘을 찌르지 않는다.^^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TV속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곁으로 다가온 구준표!!

알고보면 참 쉬운 구준표의 일상속으로 고고^^






일본 기자가 본 한국 꽃남

Posted 2009/02/17 21:37

카케히 마호/ 한일문화 코디네이터

F4’라고 하면 대만의 전매특허라고 여겨졌는데, 어느새 일본, 한국, 아시아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류의 대표가 <겨울연가>라면, 화류(중화권의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뭐니뭐니해도 <유성화원>=F4이다. 원작은 일본에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역수입인 셈이다. 그 흐름을 타고 2005년에 일본판 <꽃보다 남자>가 드라마화 되었다. 대만의 F4와 구별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F4를 ‘꽃남’(하나단)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가 일본 현지에서 방영됐을 때) 솔직히 화류인기에 편승해 재탕한 작품이 인기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빅 히트를 쳤다. 일본에서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평균시청률 20%를 유지했으며, <꽃보다 남자 리턴즈> 마지막회에서는 28%를 기록했다. 게다가 ‘3대 트렌디 드라마’라 불리는 <꽃보다 남자>(2005/2007) <노다메칸타빌레>(2006) <아름다운 그대애게~이케멘 파라다이스~>(2007) 중에서 유일하게 제2탄(<꽃보다 남자 리턴즈>이 제작되었으며, 영화화까지 되었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대박’ 났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마키노 츠쿠시(한국판 금잔디)가 드라마 안에서 자주 외치던 “말도 안돼!”라는 대사는 당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예상을 뒤집고 대박’난 이유는 화류팬과는 다른 새로운 팬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1. 주역의 도묘지 역에 아이돌 가수 아라시의 마츠모토 준을 기용해, 아이돌 팬을 잡았다. 2. 원작이 인기 있는 만화였으므로, 만화 팬들을 잡았다. (※만화 <꽃보다 남자>는 6천만부를 돌파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녀만화이다.) 3. 그리고 화류팬 중 30대 이상보다 젊은 시청자를 붙잡은 것이 성공의 비결일 것이다. 물론 탄탄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는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리고 현재 방송중인 한국판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국판의) 일본 공식 홈페이지가 오픈되었고, 일본판Wikipedia(온라인 백과사전)의 <꽃보다 남자> 란에는 기본정보로 추가해 매주 시청률까지 시시각각 기재되고 있다. 한류계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국판이 훨씬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필자도 일본판에서는 도묘지역의 마츠모토 준에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한국판은 원작의 카리스마를 되살려줘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일본남자의 성격이 소심하고, 평소 레이디 퍼스트 정신이나, 여자들에게 부드럽고 친절한 습관이 없기 때문에 대만판, 한국판과의 차이를 낳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3개국 공통으로 주목하고 싶은 것은 하나자와 루이(한국판 윤지후) 역이다. 대만판의 루이(주유민)은 데뷔작으로 대스타 반열에 올랐고, 일본판의 오구리 슌은 이 작품이 출세작이 되어 지금은 확고부동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판의 김현중도 <우리 결혼했습니다>에서 보여준 남자다운 매력에 더해 섹시함까지 갖춰 여성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 인기가 한류 이외의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까? 앞으로, 한국에서의 성공여부가 그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주인공의 천진난만하게 밝은 모습, 말도 안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도묘지처럼 다소 거칠어도 여성을 리드하는 남성이 세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반동작용은 아닐까? 세상의 남자들이여! 친절함만이 남자의 전부는 아니다. 좀더 강하게 잡아주길 바라는 여자가 많다는 걸 명심하길! (웃음)

*한국 꽃남을 본 일본인들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해 일본에서 잡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카케히 마호씨에게 원고를 부탁했더니 기꺼이 써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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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 수록, F4와 금잔디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알고 있던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금잔디는 그럴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니까.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는 신데렐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유의 씩씩한 성품과 독립(지향)적인 사고 방식 덕분에 탄생 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현재 진화형’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게 바로 그녀, 캔디다.

한국 드라마 속 캔디는 잘 나가는 영화배우와 계약결혼을 하거나(풀 하우스), 황태자 비로 간택돼 <궁>에서 살기도 했고, 나이가 든 뒤엔 첫 결혼의 실패를 딛고 진짜 왕자님을 만나는(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 전방위로 활약했다. 커피 전문점 사장님을 사랑한 캔디(커피 프린스 1호점)도 있었는데, 주근깨를 지우고 짧은 커트 머리와 헐렁한 후드티로 변장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다.

드라마 속 캔디들은 (만화 속 캔디가 그랬듯) 신데렐라처럼 착한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를 사랑한 나쁜 남자(테리우스)들의 협조에 힘입어 유학을 떠나는 등 자기계발에 힘쓴다. 현대 여성의 로망을 적극 반영한, 한국적 트랜드 되겠다.

그러고 보니 구준표, 테리우스와 어딘지 닮았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덕분에 차갑고 냉소적이며 반항적인 태도로 자신의 상처입은 영혼을 감췄던 테리우스. 그렇다면 윤지후는 안소니일까?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그는 달콤한 미소로 온 세상 소녀떼들의 심장을 녹이는 동화 속 왕자님이다. 금잔디에게 윤지후가 그렇듯, 안소니는 캔디의 첫 사랑이었지만 운명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안소니에게는 형제가 두 명 있었는데, 아치와 스테아다. 두 사람은 캔디가 어려움에 빠지거나 용기를 잃었을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였는데, 각자 연인이 있었지만 내심 캔디를 좋아했다. (당시 흔치 않았던) 단발머리에 장미 키우는 걸 즐겼던 아치는 쿨한 바람둥이 같은 느낌을 줬고 스테아는 그야말로 안경잡이 모범생이었다.

소이정과 송우빈이 아치와 스테아라고 우기는 건 비약일지 모르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그 두 사람이 금잔디의 응원군으로 거듭나는 모습에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만화 <캔디, 캔디>를 보며 캔디가 가장 부러웠던 건 왕자님(안소니)과 반항아(테리우스)의 사랑을 두루 받으면서 아치와 스테아처럼 (정신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멋지고 든든한 친구를 가졌다는 점이었으니까. 이쯤되면 음모를 꾸며 캔디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라이자와 닐이 누군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25년쯤 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처음 본 만화책 <캔디, 캔디>와 TV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는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연애 판타지’의 원형이었던가 보다. 혹 지금 방송 중인 <꽃보다 남자>가 10대부터 40대까지 ‘언니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거기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네 ‘정서 유전자’에 깊숙이 각인돼 있는 <캔디 캔디>, 오랜 세월 다양하게 변주되고 진화하면서 늘 곁을 맴돌았던 그 불멸의 텍스트가, <꽃보다 남자>로 온전히 되살아나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거라고.

남자들은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론에선 “뇌를 비우고 눈으로만 즐기는 드라마”라며 여자들이 ‘F4’의 미모에 정신을 못차린다고 떠뜬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그들은 모른다. 우리가 F4를 이미 오래 전에 만나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들과 일찌감치 사랑에 빠져버린, 영원한 소녀들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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