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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8 굿바이 조인성, 기다릴게요 (1)
  2. 2009/04/07 다시보기 회당 500원, 누구 좋으라고? (2)
  3. 2009/03/16 <꽃보다 남자>는 왜 재방송이 보기 싫을까? (3)

굿바이 조인성, 기다릴게요

Posted 2009/04/08 13:40

우리 인성이가 군대 갔다. 맞다. ‘우리’ 인성이다. 난 조인성 팬이다. 내 열쇠고리에 달려있는 인성이는 항상 날 보고 웃어준다.

군대 가기 전에 <무릎팍도사>에라도 한번 나와줄 줄 알았다. 앞으로 2년동안 못 볼텐데, 군대 간다고 인사도 하고 배우 인생 전반부를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본 것처럼 소박하고, 순박하고, 숫기 없는 우리 인성이는 그렇게 조용히 훌쩍 가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내 맘대로 ‘조인성, 그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봤다.
2년 뒤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줘~~~.


데뷔, 아직은 부족한 배우

<학교 3> KBS 드라마, 2000년

<학교> 시리즈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는데, <학교3>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가 바로 조인성이다. 이때부터 ‘간지’는 제대루여서, 큰 키와 뛰어난 미모는 눈에 띄었으나 연기는 사실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학교3> 찍으면서 연기 못한다고 무지하게 혼났다고 한다. 하지만 ‘바른 청년’ 석주 역으로는 참 잘 어울렸다.





<뉴논스톱> MBC 시트콤, 2001년

<뉴논스톱> 방영 당시 여의도 MBC에 갈 일이 있었는데, 복도에서 헌칠한 두 청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심하게 야단 맞는 모습을 봤다.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조인성과 ‘타조알’ 김영준이었다. 그래, 조인성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는 얼마나 속상했을꼬. <뉴논>으로 드디어 ‘스타’로 떠올랐지만 잘 웃는 어여쁜 청년이었을 뿐 연기는 쫌 그랬으니까. 조인성-박경림 커플 팬픽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밤을 꼴딱 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피아노> SBS 수목드라마, 2001년

주인공 아니었다. 조재현, 김하늘, 고수에 이은 주조연급이었다. 잔뜩 힘주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뉴논스톱>의 영향이 워낙 강해서 인지 몰입이 잘 안 되었지. 그래도 워낙 성실한 조인성이니까, 좋은 드라마에서 좋은 선배들과 호흡하며 연기 공부 많이 했을 거다.





물오른 연기로 대표작을 만들다


<별을 쏘다> SBS 수목드라마, 2002년

<피아노> 방영 뒤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하게 어찌나 연기를 잘 하던지.
전도연 성대모사 단골 메뉴 “성태야~~”를 낳은 이 드라마에서, 난독증이 있어 대본을 못 읽지만 배우로선 천재적 재능이 있는 성태 역을 맡은 조인성은 비로소 극중 인물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키스신 잘 하는 배우’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 방에서 전도연과 나란히 앉아있다 기습키스를 날리는 장면은 절로 ‘꺅’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 SBS 드라마, 2004년

조인성의 필모에서 내가 젤루 좋아하는 작품. 보고 또 봐도 명작이다. 조인성이 연기한 재민은 사랑하는 여자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0%인, 국내 드라마에서 전무후무한 재벌 2세다. 스타일만 멋지면 뭐하나. 부모에게 꼼짝 못 하지, 책임도 못 지면서 여자한테 징징대지, 아주 이런 찌질이가 없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할 수 없다고 버럭거리기는 커녕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엉엉 우는 이 남자, 너무 사랑스럽다. 조인성 말고 누가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발리에서 생긴 일> 방영 때 일산 SBS에 갔다가 조인성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엔 눈까지 딱 마주쳤는데, 왜 그 자리에서 얼어붙느냔 말이닷! 와락 달려가서 팬이라고, 드라마 참 잘 보고 있다고, 그 흔한 인사라도 건넬 용기가 왜 없었던 걸까, 흑.


<봄날> SBS 주말드라마, 2005년

고현정은 조인성과 연기하기 위해 <봄날>에 출연한 게 분명하다. 푸하하. 고현정의 복귀작이라고 떠들썩했고, 열렬히 시청했지만 다른 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조인성-고현정의 오밤중 골목 갑작키스신만 기억날 뿐.






근데
이 영화엔 당최 왜 출연한거야?

<마들렌> 2003년
<클래식> 2003년
<남남북녀> 2003년

그닥 할 말이 없다. 뭐 이 영화들도 나름 조인성에게 자양분이 되었겠으나 팬심으로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화다. 배우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용납할 수 없는 영화도 있는 법이다.




유하 감독과 함께 한 영화



<비열한 거리> 2006년

드디어 조인성이 영화배우로도 우뚝 서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시사회에 달려갔다. 나쁘지 않았다. 형님을 꿈꾸는 조폭 소년의 성장담. 그리고 미처 피지도 못한 나이에 맞이한 비참한 최후. 이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까지 안았으니 3류 조폭 병두를 만나게 해 준 유하 감독에게 어찌 고맙지 않았을까.


<쌍화점> 2008년

<쌍화점>을 보고 나서며 내가 던진 첫 마디는 이거였다. “군대 가서 다행이다.” 군대 가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쌍화점>의 여파는 조인성에게 더 크게 미쳤을지도 모르니까. 조인성은 유하 감독에게 보은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고, 유하 감독은 영리하게도 이 마음을 너무나 제대로 이용해 먹었다고, 조인성의 극성팬인 나는 외친다. 파격적인 노출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도, 조인성도 실망이었다. 졸작을 만들지 않았던 유하 감독의 연출 내공과, 그동안 성실히 쌓아온 조인성의 연기 내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는 조인성의 엉덩이를 원하지 않는다. 제대로 연기하는 ‘배우’ 조인성을 원한다. 그런 조인성,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겠지?


내가 아는 50대 강 아무개 여사는, 요즘 지상파에서 방송하는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한다. 방송 다음날 바로 업데이트 되는 IPTV의 VOD 서비스 덕분이다. 예전에는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드라마 중 입맛에 맞는 하나를 골라 봐야 했지만, IPTV를 설치한 뒤에는 방송 3사 일일 드라마는 물론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를 줄줄 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돈이 많이 든다. 본방송 뒤 일주일 동안은 드라마 한 회당 500원의 요금을 내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공짜로 볼 수 있지만, 다음 회가 궁금한 강 여사로서는 일주일이 한 달만큼 길게 느껴진다. 기본요금 외에 한 달에 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추가로 내면서도 “보고 싶은 드라마 보는 데 그 정도는 아깝지 않다”는 위풍당당 강 여사다.

한 IPTV 업체의 최근 유료 콘텐츠 이용건수 순위를 보면, 상위 20위 안에 무려 12개가 지상파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는 물론, 시청률에서 별 재미를 못 보는 <카인과 아벨> <돌아온 일지매>도 순위에 들어 있다. 여기에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6개고, 영화는 고작 2개다. ‘IPTV의 유료 콘텐츠’하면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드라마와 쇼․오락 프로그램이 ‘효자 콘텐츠’인 것이다. IPTV 업체의 한 관계자는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드라마가 기대 이상의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인기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는 “요즘 누가 방송을 TV로 보냐?”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보다 드라마 재판매로 얻는 수익에 더 비중을 둔다.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우리 또한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 IPTV, 웹하드 다운로드, DMB 등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무수히 많아졌다.

이런 드라마 소비 방식은 모두 ‘비용 지불’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강 여사처럼 세대를 불문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이처럼 드라마 재판매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 수익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시보기 서비스 매출은 방송 3사의 기밀사항이고, IPTV와 웹하드 다운로드 서비스 업체도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꽃보다 남자>의 웹하드 다운로드 매출이 수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와도 제작사는 적자에 허덕인다는데, 이제 이 새로운 수익 모델의 달콤한 열매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나눌 것인지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또 궁금한 건, 강 여사의 생활비 지출 내역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료 콘텐츠 이용료,'회당 500원'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책정된 것일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회당 70분짜리 미니시리즈도 한 회에 500원, 회당 30분짜리 일일드라마도 500원이라니, 이미 방송된 드라마 다시 팔면서 근거 없이 너무 많이들 받으시는 거 아닌가?

*이 글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755호)에 '매포'(mad4tv.com) 필진들이 기고하는 칼럼, '오프 더 레코드'에 실린 글입니다.


글 앞부분에 등장하는 강 아무개 여사는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입니다. 제가 IPTV를 설치할 때만 해도 시큰둥하던 엄마가 (그때는 지상파 드라마 VOD 서비스는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 때죠) 그걸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는 아주 푹 빠져 있습니다. 무료 서비스에서 500원씩 받는 유료 서비스로 바뀌자, 처음엔 '아유, 이젠 맘대로 못보겠네' 하며 좀 주춤하더니 요즘엔 한 달에 몇 만원이 들어도 보고 싶은 드라마는 다 보겠노라 아주 당당하십니다.

IPTV 업체들이 애초에는 케이블 업계의 견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상파 방송 VOD 서비스에 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야 돈을 받으면 이용자수가 확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겠으나,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적응 빠르죠, 지금은 돈을 엄청 벌어들이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 500원 정도면 별 저항없이 낼 수 있는 돈이잖아요. 저도 못 본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무료가 되기까지 일주일을 기다리느니 그냥 500원 내고 보니까요.

글에서 언급한대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기존 방식의 시청률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닥본사'에도 물론 노력이 필요하지만 돈을 내면서까지 보는 사람들이 진정 적극적인 시청자잖아요. 이런 수치까지 합산되어야 정말 그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모두 '돈'과 연관되어 있어 밝히기가 쉽지 않죠.

다음으로 든 생각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제작사들에게 드라마 재판매가 꽤 괜찮은 수익 모델로 기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방송사의 지원과 PPL 외에 제작사에서 가지는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제작비 보존 정도의 차원이죠)은 해외 판매 정도가 전부인 것 같은데(물론 대박난 드라마들은 여러 부가 판권 사업도 있지만요) 재판매 시장이 이만큼 커졌다면 이쪽으로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돈을 벌어야죠. 요즘처럼 '드라마 제작사는 돈 못 본다'는 명제가 진리처럼 여겨진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드라마 재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이 제작사보다는 해당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꽃보다 남자>의 웹하드 다운로드 매출은 수 억원 정도가 아니라 15억원에 육박한다는데 제작사에 돌아간 몫은 얼마 안 된다고 하고, 이 정도로 대박난 드라마가 글쎄 제작사로서는 적자라잖아요. 이거이거 너무 희망없는 상황 아닙니까. 드라마 광팬인 저로서는 제발 좀 드라마 업계가 정상적으로, 안정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글 말미에 '500원'에 딴지를 건 이유는 이게 정말 정당한 금액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쉽게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긴 하지만 이게 또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잖아요.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의 금액이 같을 뿐 아니라 <해피선데이> <일요일이 좋다> <일밤> 등은 1, 2부를 쪼개서 각각 500원을 받으니 문득 정말 이 정도 내고 봐야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 재판매에 관해 시장이 정리되면 금액 책정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꽃보다 남자> 재방송은 단순히 ‘닥본사’를 한 탓에 내용을 모두 알아서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기 싫은 수준이다. 주말이면 케이블 채널에서 연속방송으로 <꽃남>을 틀어대고 주중에도 어렵지 않게 <꽃남> 재방송을 접할 수 있다. 1회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꽃남>을 열심히 시청한 나로선 채널을 돌리다 <꽃남>을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마음에 얼마간 머무를 수도 있건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채널을 돌리고 만다. 난 분명 <꽃남> 팬인데 왜 재방송이 보기 싫을까?

드라마 팬의 시청 행태의 기본은 ‘닥본사’와 ‘보고 또 보고’다. <꽃남>을 ‘닥본사’는 하되 ‘보고 또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은 비슷한 맥락의 다른 드라마와의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노희경, 인정옥, 김지우 작가의 작품처럼 특유의 작품성으로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드라마 말고 대중적 인기를 노린 듯 했으나 의도치 않게 ‘광팬’들을 만들어낸 드라마들 말이다.

처음 <꽃남>이 방영되었을 때 <궁>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만화를 원작으로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도 그랬고 제작사도 같다. 여주인공에게 어린 남동생이 있는 설정과 여주인공의 엄마 역을 임예진씨가 맡았다는 점까지 같다. <궁> 또한 <꽃남>처럼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남주인공으로 발탁했고 캐스팅을 두고 이러저러한 말이 많았다(당시 채경 역으로 네티즌들이 강추했던 배우가 구혜선이었다는 것도 <궁>과 <꽃남>의 묘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궁>은 10대 시청자를 겨냥한 가벼운 드라마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 20, 30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20, 30대 ‘언니’들은 ‘우리 으네’를 격하게 사랑하며 드라마 시작 전 윤은혜에게 가졌던 편견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극 중 채경의 처지에 공감했고 채경의 사랑을 응원했다. 이 언니들의 사랑으로 팬들의 리뷰 등을 모은 책이 2권이나 나왔다.

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의 시초는 <다모>다. <거짓말> <네 멋대로 해라> 등 이전에도 마니아 드라마는 있었으나 ‘다모폐인’들은 새로운 드라마 마니아 문화를 만들었다. 지금이야 인기 드라마를 소재로 한 패러디물이 차고 넘치지만 다모폐인들이 게시판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신문을 만들고 외전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문화 현상이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과 <커피프린스 1호점>도 수많은 연애드라마 중 하나에 머물지 않고 드라마 역사에 확실한 한 점을 찍었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팬들이 단순히 제작진이 만들어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과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인물이 마치 실존인물인 양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로 그 인물의 역사와 성격을 구축한다. 그럼으로써 드라마에서 표현되지 않은 여백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궁>에서 채경이 신을 사랑하면서도 왜 궁을 떠나려고 하는지, <다모>에서 천한 신분의 채옥에게 종사관 황보윤과 화적패 장성백을 향한 사랑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수정이 계급적 한계와 세속적인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갈등하는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 왜 좀 더 빨리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지는 팬들의 해석으로 더 확실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다모>의 연출자인 이재규 PD는 드라마 종영 직후 “다모폐인들이 아니었으면 <다모>의 가치가 이렇게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모>는 제작진의 손을 떠났다. 다모폐인들에 의해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팬들에 의해 드라마의 외연이 넓어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드라마 자체가 일관성 있게 구축된 세계여야 한다. 인물과 사건이 개연성을 가지고 설득력이 있어야 팬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래야만 드라마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그 여백을 팬들의 해석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들과 <꽃남>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꽃남>의 인물들은 이리저리 갈팡질팡 흔들리고, 사건들은 아무런 맥락 없이 툭툭 나열된다. 구준표가 마카오에서 갑자기 냉정해진 건 70만 신화인의 삶을 어깨에 짊어졌기 때문이라 쳐도, F4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을 만큼 바빴던 구준표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유유자적하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신화그룹 후계자로서 자신을 옭아맨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구준표와 잔디 앞에서 여전히 철없이 행동하는 구준표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잔디의 캐릭터가 실종된 것이다. 드라마 초반의 당차고 씩씩했던 잔디가 없어진 것은 오래다. 지금의 잔디는 준표와 지후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색깔이 없다. 잔디가 준표에 대해 그리고 지후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혹은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는 장면마다 설명이 달라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앞에서 언급한 드라마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여주인공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공교롭게도 주인공이 모두 하지원과 윤은혜였는데 이들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 드라마들 때문이다). 이들 또한 잔디처럼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지만 각각의 상황이 설득력이 있었다. 적어도 그 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자기 세계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으며 극 중 마음은 오락가락해도 캐릭터 자체가 오락가락하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하고 싶은 건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거나 드라마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다. 팬들이 개입하고 싶을 만큼 완성된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꽃남>은 결국 높은 시청률은 얻었지만 ‘폐인’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F4의 미모를 감상하고(그것은 물론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본방을 한번 보는 걸로 족하다. 재방송까지 본다면 <꽃남> 팬이라는 게 더더욱 부끄러워질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닥본사’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