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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드라마 시리즈는 한 주에 한 편씩 방송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왜 한 주에 두 편씩 방송될까?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가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한 한국 배우로부터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대단하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한국의 배우와 스탭들이 한 주에 70분짜리 두 편씩, 총 140분 가량의 방송분을 촬영하느라 살인적인 스케줄에 허덕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방송 중반부터 만듦새가 흐트러지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얼마전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배우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적 상황에서도 '한 주에 두 편'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세기에 가까운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한 주에 두편'이라는 공식은 언제, 왜 탄생한 것인지 궁금했다. 수소문 끝에 이연헌 전 충주MBC 사장과 통화할 수 있었다. 1969년 MBC 드라마 피디로 출발해<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을 연출한, 한국 드라마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KBS와 TBC, MBC가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 드라마는 곧 '연속극'을 의미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회당 30분씩 방송되는 '매일연속극', 혹은 '일일연속극'은 광고 접근성과 지속성이 높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장르였단다. ENG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니 야외촬영은 불가능했고, 100% 세트에서 진행되는 '홈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덕분에 한 방송사당 많으면 하루 4편씩, 방송 3사를 합하면 매일 10~12개의 일일드라마가 방송되기에 이르렀다."<너는 내 운명>같은 드라마가 7시30분에 한 편, 8시30분에 한 편, 10시에 한 편 방송된다고 생각하면 된다"니, 과연 일일연속극 전성시대였던 셈.

일일 연속극 외에 한 주에 한 편씩 방송하는 '주간 연속극'도 있었는데, 1971년부터 방송된 <수사반장>이나 1980년 첫 방송한 <전원일기>가 대표적인 주간 연속극 되겠다. (청소년 드라마, 계몽(또는 반공)드라마, 농촌 드라마 등 소재와 시청층이 다양한 연속극들이 한 주에 한 편씩, 요즘 말로 '띠편성'됐다고 한다.)

단막극이라는 장르가 생긴 건 1980년 KBS <TV문학관>이 문을 연 뒤 MBC가 1983년 <MBC베스트셀러극장>을 방송하면서 부터다. "드라마와 문학을 접목시켜 좀더 수준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취지, 야외 촬영을 늘려 드라마 형식에 있어서도 새바람을 일으켜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초창기 단막극의 야외 촬영분은 영화 필름으로 찍은 뒤 후시 녹음했으므로, 일주일에 한 편 방송하기도 버거웠단다.

1987년 MBC가 8부작 드라마 <불새>를 내놓으면서, 드디어 '미니시리즈' 시대가 열렸다. 단막극보다는 길고, 연속극보다는 짧은 이 독특한 드라마를 어떻게 편성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는데, "한 주에 한 편은 좀 아쉽고, 세 편 이상되면 일일 연속극과 차별화되지 않으니 두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드라마의 '연속성'도 살리면서 '실험성'도 도드라지게 하겠다는 편성 전략이었던 듯 싶다. 촬영·편집 장비가 발달하는 등 제작 환경이 좋아지면서 8부작이 12부작으로, 다시 16부작으로 늘어나 한동안 '미니시리즈=16부작'이라는 등식이 통용됐고, 방송사들은 다양한 소재와 참신한 시도에 역점을 둔 이 새로운 드라마를 시청층이 비교적 젊은 주중 밤 10시에 배치했다.

요즘은 평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드라마 시리즈를 '미니시리즈'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부분 20부작이 넘는데다, <에덴의 동쪽>(사진)처럼 '창사특집' '스페셜 드라마' 등의 부제로 50부작, 70부작 드라마도 이 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소재나 흐름 등 내용면에서도 다른 방송시간대 드라마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미니시리즈'는 (형식이나 내용, 모든 면에서)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미니시리즈는 '한 주 두 편 방송'이라는, 불멸의 편성 법칙을 남겼다. KBS와 MBC가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잇따라 단막극을 폐지하고 주간 연속극도 찾아보기 힘든 지금, 지상파 3사는 일일 연속극을 제외한 모든 드라마를 한 주에 두 편씩 방송하고 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한국 드라마는 한 주에 두 편씩 방송된다! 20년 전 미니시리즈를 첫 편성했던 MBC 담당자는 자신의 전략이 이처럼 고정불변, 무소불위의 법칙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시청자들이 한 주에 두 편씩 보는 시청 방식에 익숙하고, 광고주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 익숙할테니 드라마 편성 방식이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하지만 분량도, 소재도, 주시청층도 다른 드라마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편성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이 편성 법칙에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들은 기획조차 불가능하다는 얘기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한 주에 140분짜리를 만드느라 교통사고와 부상이 속출한다는데도 모든 드라마에 똑같은 편성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니… 천편일률 싫어하는 거, 역시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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