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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해, 울지 마>는 남자 주인공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여자들끼리 갈등하고 울고 거짓말하고 용서해 달라고 빌고 원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악감정을 품고는 온갖 모진 말을 아무렇지도 않고 하면 며느리가 커다란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친정 엄마에게까지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도대체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울 정도로 막장스러운 캐릭터입니다.

그걸 보면서 '지금이 어느 땐데'라고 반응하면서도 또다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 말에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에서 한 번 더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각인시킨다는 뜻입니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알게 모르게 설파해 왔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랑해, 울지 마> 외에 올해 방송한 것만 해도 <아내의 유혹> <미워도 다시 한 번> 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은 이성이고 경험이고 지위고 관계 없이 오직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거나, 시청자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비상식적인 이유를 들어 상대방을 괴롭힙니다. 신애리나 은혜정, 미수의 시어머니 등은 이토록 찌질할 수 없으면서도 '여자란.. 쯧쯧' 하고 혀를 차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말 여자의 적이 여자인가요? 도대체 어쩌다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보니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데, 정말 여자는 태어나면서 다른 여자에 대한 질투를 본능적으로 갖게 된 건가요?

결혼도, 사회도 남자가 중심적인 가부장사회에서 여자는 스스로 힘을 갖고 자립하기가 무척 힘겹습니다. 그렇기에 큰소리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내고 살려면 아들, 남편에게 올인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속에서 여자는 임금이나 승진 면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고, 그 가운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연대'와 '화합'이라는 대안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이렇듯 여자들이 뭉치기 힘들어지니, 남자는 여자를 좀 더 통제하기 쉬워지고 '여자는 질투심이 강하고 속이 좁으니 화합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조용히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88만원 세대'에게 '너희가 공부 열심히 안 해서 대기업에 못 들어갔으면서 웬 열등감 폭발?'이라고 묻는 '1등주의자'들과도 같습니다.

무리를 짓고 뒷이야기를 하고 비이성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여자,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여자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여자에게는 처음부터 편견의 굴레를 씌워놓고 극히 소수에게만 제대로 된 자리를 허락한 이 가부장제 사회도 원인 제공자입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인지, 드라마에서는 오늘도 '이상한 여자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어려운 시어머니, 어려운 여자 상사나 선후배들, 저도 여기저기에서 듣고 경험했습니다. 이들을 드라마에서 그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한 여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점점 자극적으로 그려지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는 정말 어쩔 수 없어' 따위의 고정관념과 굴레가 지속적으로 덧씌워지는 것은 문제입니다.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여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드라마는 '이상한 여자'가 하는 다양한 극단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여성이 왜 나오는지 사회적인 배경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현재 드라마는 수백 년을 이어 온 '여자는 안 돼'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수단이지만, 통찰력을 갖춘다면 이런 편견을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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