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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는 제목대로 남자들이 극의 큰 흐름을 이끌어 가는 와중에 두 여자(서경아, 채은수)도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드림팀의 1차 복수극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김신은 자기 형을 죽인 사람을 향해, 드림팀 멤버 재명과 문호는 자기 아버지와 친구를 죽인 사람을 향해(경태는 삼촌 따라 강남 온 격이지만) 복수의 칼날을 겨누었는데, 알고 보니 복수의 대상은 채동건설 회장이 아니라 진짜 살인자 채도우라는 것까지 8부에서 밝혀졌습니다. 복수의 대상이 극 중반으로 오면서 명확해진 셈입니다.

그리하여 8부의 마지막 신에서는 신과 도우가 마주보며 앞으로 펼칠 대결을 예고했습니다. 이제 본론의 서막(?)이 끝나고 본론의 진짜 본론이 다음주부터는 시작되겠군요. 이 마당에도 <남자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남자들 중 주인공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김신? 누구~! (왕비호 버전)

지금껏 우리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형이 죽었다는 사실, 그것에 격분해서 방송국에 석궁 테러 하려다가 전과자가 되었고 그곳에서 '형님'을 만나 드림팀에 합류했다는 정도입니다. 알고 보면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어 온 셈인데 어찌 된 것인지 이것은 그저 '줄거리'로 다가올 뿐 이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김신의 캐릭터나 존재감이 더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형의 죽음과 감옥 안에서의 생활, 드림팀의 모습 등에서 악의 화신 채도우, 자폐형 천재 안경태, 위장술과 화술의 달인 박문호, 확실한 브레인 도재명 등 나머지 '남자'들은 자기만의 캐릭터와 매력을 8부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펼쳤는데 정작 주인공 김신만은 자기만의 강인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도재명은 뛰어난 외국어 능력과 여성을 사로잡는 매력, 변호사 자격증, 중국인 양아버지 덕분에 얻은 인맥까지, 이 '드림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안경태의 삼촌인 박문호도 전직 사기꾼답게 뛰어난 변장술과 능수능란한 화술, 트릭과 인맥, 드림팀 내 인물을 하나로 모으는 친화력까지, 그 역시 없어서는 안 됩니다. 안경태 또한 주식으로 사기 치려는 이 드림팀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지요. 비단 드림팀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이 세 명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겁니다.

메인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악역, 채도우


채도우의 매력은 또 어떻습니까? 이런 악역, 참 신선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카인과 아벨>에서 그랬듯이 악역은 대부분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고 세상이 미웠고.. 이런 이유로 난 네가 미워! 하는 식이지요. (전부 그렇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면서 시청자에게 자신이 악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어필하고 이해받으려고 애씁니다. 또한 '나쁜 남자'의 심장이 아무리 얼음같이 차가울지라도 실상은 '사랑 앞에서는 약해지기'라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채도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이 악해진 이유 따위는 애초에 보여 주지도 않고 이해시킬 필요도 없는 듯 행동합니다. 시청자에게조차 자신을 어필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름부터 '섀도우' 즉 '그림자'를 연상시키는 악의 화신일 뿐입니다. 요즘 한창 인기 많은 '훈남'과는 정 반대 지점에 서 있습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악역은 주인공보다 덜 사랑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김신보다 채도우가 더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가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4대1로(아니, 채은수가 김신 쪽으로 갔으니 5대1이라고 해야 하나요?) 붙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는데도 조용히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도 지존급입니다. 매너 있고 실력 있고 '감정 있는 척'도 잘하고 여심을 자극할 줄도 알고 게다가 감수성 넘치는 모습으로 피아노 연주까지 하는데.. 이거야 뭐, 주인공이 채도우 같아요. 김강우 씨의 차가우면서도 절제된 연기 또한 놀라울 정도입니다. <식객>에서는 무난한 정도였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성장해 있었네요.

채도우만 강할 뿐, 김신도 복수 1차전도 너무 약해~!


김신을 제외한 드림팀 멤버도, 채도우도 캐릭터와 매력 포인트가 명확한데 김신만 제자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나머지 '남자'들의 매력이 워낙 눈에 잘 띄기에 더더욱 김신의 캐릭터가 '듣보잡'처럼 느껴집니다. 변장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달변가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없고 지휘력도 안 보이고 말입니다. 최소한 김신이 드림팀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다들 자기 역할을 할 때 김신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던지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드림팀의 대표는커녕, 일원으로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말이지요.

결정적으로 꼭 복수를 하겠다는 전투력도 약합니다. 자기 형이 죽어서 복수하겠다고 석궁 테러까지 했으면서도, 정작 감옥에서 복역한 뒤로는 옛 애인에게 찾아가 '너만 내게 돌아온다면 복수 따윈 그만 둘게'라고 하는데 그저 웃음만 나더군요. 가뜩이나 복수심 없어 보이는 주인공인데, 저런 설정까지 나와 버리면 정말 주인공의 복수심을 더 의심하게 되지 않겠어요.

채동건설이라는 대기업의 회장이 저렇게 쉽고 허술하게 50억이라는 큰 돈을 사기 당하는 것도 그리 설득력이 있진 않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복수극 2차전은 좀 달라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달라지지 않으면 이 드라마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고요. 8회 마지막에서는 구부러진 계단에서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위에, 한 사람은 아래에 서 있지만 앞으로 이들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이 가능하지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김신의 매력을 살리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중반에 오기까지 도대체 김신만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건 정말 큰 문제거든요. '본론의 본론'으로 들어가면서는 복수 과정도, 주인공의 캐릭터도 '본론스럽게'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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