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이야기>로 본 나쁜 언론의 나쁜 보도 행태
Posted 2009/04/08 10:57쓰레기 만두 파동? 쓰레기 기사 파동!
그런 송 작가가 이번에 들고 나온 소재가 만두 파동입니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단무지 공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무'가 만두소에 들어갔다고 보도가 되었는데, 나중에 진실을 알고 보니 이는 기자가 제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아서 발생한 오보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먹을거리에 대한 보도가 그렇듯이 이는 온 언론의 톱뉴스로 다루어지며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고 만두업체들은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끝내 어느 업체 대표는 자살까지 했습니다.
결국 무혐의로 대부분의 만두제조업자들이 풀려났지만, 당시에 잘못된 보도를 한 언론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쓰레기 만두가 쓰레기가 아니라, 기자 정신이 결여된 기자의 기사가 쓰레기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정보도는 어느 언론의 톱뉴스로도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만두 파동은 며칠 내내 톱뉴스가 되어 국민에게 각인되었지만, 쓰레기 만두 보도가 잘못된 보도라는 '쓰레기 기사' 파동은 어느 뉴스에서도 국민에게 각인될 정도로 언급되지 않습니다. 펜은 실제로 칼보다 강했으며, 그 펜은 부끄러운 펜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다루어진 이 사건을 보며 그간의 여러 보도행태들이 떠올랐지만 특히 두 가지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황우석 관련 보도, 두 번째는 김영애 씨의 '참토원' 관련 보도입니다.
황우석 사건 때의 언론
이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피디수첩>의 결백을 믿지만(아직도 안 믿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그 프로그램이 황우석의 실험에서 사용된 여성의 난자가 윤리기준을 위반하고 얻어낸 것이라는 첫 보도를 내보내고, 심지어 다음 보도에서 줄기세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폭로를 하자 온 나라가 난리가 났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피디는 살해협박에 시달리느라 집에 못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가족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가족마저 다른 곳에 피신해 있어야 했습니다. 국민감정만으로도 폭발할 지경인데 다른 언론사에서는 이런 국민감정에 기대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기억에 남는 '쓰레기 기사'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 압권은 한 방송국 기자가 황우석 측에서 제공한 돈으로 미국에 따라가서 했던 '청부 취재'였습니다. 황우석 측의 주장을 지지하고 <피디수첩>을 비난하기 위해서 거액의 출장비가 드는 곳에 따라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취재해 주고 멘트를 따 준 것이죠.
이렇게 비도덕적인 일을 행하고도 그 기자는 버젓이, 여전히 그 방송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자의 보도를 볼 때마다 쓴웃음만 나오지요. 이는 물론 그 기자 한 사람의 비양심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취재하지 않는 관행,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일단 보도로 내보내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사라질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기자의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이는 뉴스의 질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것입니다.
김영애 씨 사건 때의 언론
김영애 씨를 궁지에 몬 것도 KBS, <남자 이야기>에서 만두 파동을 다룬 것도 KBS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이영돈 피디는 자기의 이름을 걸고 <이영돈 피디의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을 론칭시켰고, 이 프로그램은 예능성을 강조한 경쟁 프로그램 <불만제로>보다 훨씬 더 신뢰감을 주는 포맷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큰일도 많이 해냈습니다. 며칠 전 '베이비파우더 석면 검출 파동'도 <소비자고발>의 쾌거였지요.
하지만 김영애 씨 외 황토 화장품업체를 고발한 '황토팩 파동'에서는 좀 예외였습니다. 그 즈음 황토를 첨가한 화장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김영애 씨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금속이 나온다는 <소비자고발>의 보도는 '황현희 피디'의 말처럼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영애 씨는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했지만, KBS는 불복하여 항소를 했다는 이유로 아직 반론보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유명세 때문에 김영애 씨는 더 큰 비난을 한몸에 받았고, 회사의 규모도 절반 넘게 축소되었다고 하지요.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말이 엄살로 들리지 않습니다.
김영애 씨는 유명하기에 욕을 더 많이, 직접적으로 먹었지만, 반대로 유명하기에 '중금속 나온 것이 사실이 아니라더라'라는 이야기도 더 빨리 퍼질 수 있었습니다. 언론이 한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것이 이렇듯 쉽습니다. 당연하지요. 사람들은 상품 광고를 보면서는 '과장이 섞여 있을 거야. 거짓말일 거야.' 하고 생각하지만 언론에 대해서는 믿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거든요.
왜 그럴까요? 활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상인'이지만 보도하는 사람은 공부깨나 했다는 '지식인'이라는 고정관념도 한몫 할 것입니다. 알고 보면 그 지식인들이 땡전뉴스를 하고 기득권층을 위해 수없이 여론을 조작했으며, 기사를 써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경우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모든 기자가 그렇다는 뜻은 결코 결코 결코 아닙니다.)
뉴스가 못하는 걸 드라마가 해내다
무거운 이야기를 좀 했는데, <남자 이야기>의 도입이 무거웠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해 봅니다. 심지어 2부에서는 '텐프로'의 세계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여 주인공이 텐프로로 나가게 될 것 같더군요. 교도소 내의 위계와 폭력, 악플러, 사채업자의 협박까지 한 시간짜리 드라마에서 정글 같은 사회상을 숨가쁘게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돈과 남자를 다루는 이 드라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1, 2편에서는 주인공이 왜 돈을 추구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할애했으니까요. 이제 동기는 마련되었군요. 이어서 두 남자의 두뇌싸움이 펼쳐질 텐데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하는 것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입니다.
진실을 드러내고, 그 진실의 의미를 짚어 주는 것이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하지만, 언론인이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을 짓밟고 상처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 돈만큼이나 언론 또한 치사하고 비겁하다는 것. 정확한 취재도 하지 않으면서 일단 터뜨리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던 관행. 언론인도 드러내지 못하던(혹은 드러내지 않던) 부분을 드라마가 과감히 건드렸군요. 이런 소재가 드라마에 쓰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자 이야기> 초반부는 신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