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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걱!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핏대를 세웠던가. 

그저 TV 좋아하고 드라마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수다나 실컷 떨자는 생각이었고, 더러는 우리 수다를 좋아해 함께 수다를 떨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있었다. 그렇게 2월에 문을 연 것이 팀블로그 ‘매드4티비’다. “우린 티비에 미쳤어, 티비에 미친 사람 모여라아~” 정도 되겠다. 행여 우리가 도모하는 ‘고도의 목적의식적 정치 활동’이 있다면,  TV는 바보상자고 드라마는 쓰레기라고 일갈하는 이 땅의 일부 촌티나는 아자~씨들에게 “우리의 고결한 바이블을 능멸하지 마, 싫으면 너만 보지마아!”라고 악을 쓰는 정도? 물론 우리로선 무척 엄숙하고 진지한 경고다.

엊그제 광우병을 소재로 방송을 한 <PD수첩> PD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시사문제에 도통 무관심한 나는 “아직도 광우병 때문에 PD를 구속하고 그러냐”는 식으로, 나와는 직접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겼다. “MB는 왜 그러냐 촌스럽게, 쫌!!!” 이게  평소 내 시사촌평의 수준이다. (물론 매포 구성원들이 다 이 지경은 아니다.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 있다. 아고리언 님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런데 내가 사돈의 팔촌격으로 알고 지내는 MBC PD가, <PD수첩> PD와 약혼한 사이라는 이유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기사를  봤다. 경찰은 그의 노모만 있는 집에 들어와 마구 휘저어 놓았단다. 놀랍고 궁금해서 시사문제에 도통한 지인(그래봤자 남편이다, 이렇게 수준 낮은 질문을 아고라에 할 수는 없다)에게 물어봤다.
- <PD수첩> PD를 왜 체포한 건데?
=(웬일이냐는 표정) 정운천 장관 명예회손과 공무집행방해..뭐 그런거야.
-장관 명예를 훼손했다고 사람을 체포해? 집에도 막 들이닥치고? 광우병 말고 뭐 다른 얘기 한 거야? 정운천 장관이 바람폈다고 그랬어? 아님 논문표절 그런거 보도한거야?
=아니, 광우병 보도, 그거야.
-장관이 공직자로서 한 일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왜 명예훼손이야? 인간 정운천의 명예가 아니라, 장관이 장관으로서 한 일을 가지고 이야기한 건데...그리고 아무리 존심 상하고 억울했기로서니, 체포를 하냐?!
=내가 체포했냐, 왜 한밤중에 나한테 짜증이야. 그런 얘긴 블로그에 쓰시지?

시사 블로그도 아닌데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이제야 알았다며 목청을 높이는 게 겸언쩍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웬걸,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그동안 팀원들과 함께 올린 '매포' 글들을 다시보니 이거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거다.

우리 중 아무개는 <미워도 다시한번>이 배우가 아까운 드라마라며 작가와 연출자를 대놓고 겨냥했고 시청률 40%의 주역인 배우에겐 막장 드라마에 대한 책임이 당신에게도 있는거 아니냐고 따졌다. 다른 아무개는 백주대낮에 이종원을 '불륜 전문배우'로 낙인 찍고 그가 연기한 명불륜 베스트 10을 뽑아 제꼈다. 낯 뜨거운 사진에 '육체를 탐닉한다'는 도발적인 문장은 또 어쩔건가. <꽃보다 남자>가 <다모>나 <궁> 처럼 폐인이 안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하면서 제작진의 염장을 질러댄 아무개도 있고, 구준표-윤지후의 금지된 사랑 어쩌구 하면서 동성애 코드 물씬 풍기는 동영상물을 제작한 아무개도 있다.

작가, 피디, 배우 등 방송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사회의 ‘트랜드’를 감안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우리를 고소한다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종원씨가 “가정에 충실한 나를 불륜 전문 배우로 몰아붙여 실제와 혼동하게 하고 아내와 내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고소한다면?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1번, “이종원씨, 조크였어요! 사람들도 조크라고 생각할 거에요”라며 애교+사회문화적 보편 정서에 기대 어물쩍 넘어가길 꿈꾼다. 2번. 인간 이종원이 어떻다고 쓴 게 아니라 배우 이종원의 작품을 놓고 이야기한 것인데, 배우 이종원은 공인이고 대중들이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하는 건 자유가 아니냐, 진짜 불륜을 저질렀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도 아닌데 부당하다, 고 주장하면서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다. 그러다 체포된다. 

역시 그런 거였다. 이종원씨가 우리를 고소한 대도, 그래서 체포된 대도, PD수첩 PD가 체포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선 별로 놀랄 일이 아닌거다. 장관도 막~ 고소하는데 뭐, 경찰은 막~ 체포하는데 뭐. 방송사 PD도 붙잡혀 가고 집 수색 당하는데, 일개 블로거가 어쩔텐가. 그러니 이런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너무 센 얘기는 하지 말자고 우리끼리 합의하면 그건 ‘자기 검열’일 것이요, 하고픈 수다 못떠는 우리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못 누리는 서글픈 네티즌일 테고, 재밌게 놀자고 만든 블로그가 죽자고 심각해질 판이니 이 사회는 유머가 통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되시겠다.

아, 고작 TV에 미친 우리가 별 고민을 다하누나. 언론의 자유는 사회 교과서랑 일간지 헤드라인, <래리 플랜드>같은 영화에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다. 미네르바처럼 전문가와 대중들이 인정할만한 지식과 안목, 영향력이 있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 말이 문득 가슴 깊이 사무치는도다.

옵바, 그래서 우리가 자꾸 TV보고 시비걸면 우리도 잡아가는 거야? 드라마나 쇼, 연예인은 괜찮다고? 어차피 딴따라니까? 그럼 <100분토론>보다가 홍준표 의원 빨간 넥타이 촌스럽다고 하는 건? 그건 안돼? 사이버모욕죄 신설되면 걸려? 아놔, 그럼 대체 어쩌라구!!!

추신 : 우리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를 명예회손으로 고소하지 않으신 방송 관계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나니) 특별히, 이종원씨 감사드립니다. 유머란 무엇인지, 공인이란 무엇인지, 정 아무개씨보다는 훨씬 잘 이해하시는 분이구나, 새삼 절감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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