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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사상 첫 잠입취재...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한겨레신문 방송담당 하어영 기자(사진 오른쪽)가 <무한도전>이 주최한 '코리안 돌+아이 선발대회'에 도전했다. (당연히) 본선진출엔 실패했고, 자신의 도전기와 현장 취재 내용을 기사로 써서 신문에 게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신문사 안에선 제법 튀는 그의 ‘똘끼’도 전국에서 몰려든 참가자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라는 깨달음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그런데 지난 21일 <무한도전>에 그의 예선 참가 모습이 깜짝 공개됐다. 한 때 개그맨을 꿈꿨던, 하 기자의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뜻밖의 결실을 맺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몇 가지 물어봤다.



 

신문사에도 제작진에도 ‘묻지마 취재’

-기자로서 취재하면 될 것을, 굳이 참가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 11월 방송 담당 기자가 된 뒤, 제작현장을 많이 찾아다니려고 했다. 그런데 기자들을 불러서 공개하는 현장은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미리 준비된 자리니까 취재해도 별 재미가 없더라. <무한도전>은 기자들에게 현장을 공개한 적이 없어 혹 기회가 없을까 살피고 있는데, '돌+아이 콘테스트'를 한다는 공고를 봤다. 신문사 입사 전에 재미삼아 방송사 탤런트 공채를 본 적이 있어(당시 공채로 데뷔한 이가 차태현이다) 옛 생각도 나고, 어찌어찌 예선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원서를 냈다.

-신문사나 제작진쪽에 참가 사실을 알렸나.
=말 안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고 예선에 참가한다 해도 기사거리가 될지 어떨지 모르니까. 예선까진 가야 얘기가 되니까 참가 신청서를 공들여 만들긴 했다. 웃긴 사진 나름대로 연출해서 찍고.(웃음) 취재를 하면서 기자 스스로 즐거운 경우는 참 드물다.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게 진심으로 즐거웠고, 이왕 시작했으니 나중이야 어떻든 재미있게 끝까지 가보자, 그런 생각이었다.

노홍철 400명 모였는데 조용하다고?

-현장에서 지켜보고, 참가해 본 소감은.
=전국에서 돌+아이들이 다 모였을테니까 와글와글 정신없이 시끄러울 줄 알았다. 노홍철씨가  400명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런데 정적이 흐르더라. ‘묻지마라, 내 똘끼는 노홍철한테만 보여줄테다’하는 식이랄까.(웃음) 자신의 포스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거지. 나중에 기사를 써야할 지 모르니 참가자들을 취재하고 사진도 찍고 했다. 그러다 실제로 예선 심사에 들어갔는데 노홍철씨가 심사위원이었다. 예의바르고 잘 웃어주는 사람이라 부담없이 준비한 것을 보여줬고, 내 딴엔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심사 끝나고 다시 기자로 돌아가 취재를 하려니까 ‘모드 전환’이 잘 안되더라.(웃음)

-제작진에게 참가 사실을 언제 알렸나. 반응은?
=예선 결과 발표가 난 뒤 떨어졌다는 걸 확인하고, 김태호 PD를 만나 기사 게재 여부를 상의하려했다. 근데 김태호 PD가 너무 바빠 직접 만나지 못하고 현장에서 전화로 이야기를 했다. 출입기자인데 콘테스트에 참가했다고 하니 막 웃으면서 '본선 됐냐?'고 묻더라. 안 됐다고,그래서 본선 진출자들 심사받는 거 지켜본 뒤 기사를 써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너무 자세히는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다음부턴 편안한 마음으로 본선 진출자들의 실력(?)을 지켜봤다. 아, 내가 이래서 떨어졌구나, 내 똘끼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절감했고, 부끄러웠다.(웃음)

김태호 피디 “자세히 쓰진 말아달라” 웃어

-방송이 나간 뒤 심경, 혹은 출연 소감은.
=설마, 편집되겠지, 했는데 토요일 밤에 문자 메시지와 전화가 쇄도했다. <무한도전> 시청률이 실감나더라. 동료들은 “기사 봤을 땐 너무 초 친거(과장한 거) 아닌가 했는데 방송 보니 기사는 약과더라, 세상에 별 사람들이 다 있다”며 놀랐다. 나도 인터넷으로 방송을 봤는데, <무한도전> 제작진이 콘셉트에 대단히 충실하게 방송을 한다고 느꼈다. 현장에는 단순한 '돌+아이'가 아닌 개그맨 지망생들이 꽤 있었다. 당연히 그들이 준비도 많이 하고  재미도 있었을텐데 그런 사람들은 방송에 안 나오더라.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돌+아이’들의 경연장이었던 거지.(웃음) 눈 앞의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세운 원칙에 충실한 것이 <무한도전>의 롱런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도전할 생각이 있나.
=재능이 없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으니 무모한 도전은 안 할거다. 다른 방송사에서 개그맨 공채를 한다며 '우리쪽엔 참가 안 하느냐'고 물어 보긴 했다. (웃음) 기자가 취재를 재미있게 해야 재미있는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이 한 가지는 아니지 않나. 다른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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